[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교착 상태에 빠진 북ㆍ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현실적으로 미국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면 한국이 중ㆍ러ㆍ일과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ㆍ압박 차원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핵 문제 봉합과 북ㆍ미 수교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안보는 치명상을 입는 만큼 컨틴전시 플랜(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응하는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회의 기조강연에서 "북한의 공포를 해소시킬 비핵화 추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을 설득해 미국의 요구대로 '새로운 조치'들을 일부 취하게 해 6ㆍ12 북ㆍ미 회담의 이행 프로세스가 시작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 협상 전략이 리비아 방식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며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사찰ㆍ검증을 받으면 그 후에 보상할 수 있다는 게 최근 정립된 미국의 북핵 정책이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이를 적용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북핵 능력만 고도화된다"고 비판했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중간 단계'의 마무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결국 미국과 북한이 중간 지점에서 북핵 문제를 마무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래 핵 동결 수준에서 봉합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안보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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