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00년 이상 일요일·야간근무 금지
일요일 영업 허용 3년…상점 매출·방문객 늘어
파리 시민 "일요일 여유로운 쇼핑 가능해졌어요"
[파리(프랑스)=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연중 쉬지 않고 영업합니다. 언제든지 다시 방문해주세요."
◆100년 넘은 '블랙 선데이'…유럽 재정 위기 이후 일요일 쇼핑 허용= 파리 상점들이 일요일 영업을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프랑스는 1906년 제정된 노동법에 따라 일요일과 야간 근로를 금지하면서 100년 이상 모든 점포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파리 주요 관광지역 12개와 칸과 니스 등 지방의 관광도시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 일요일과 야간 영업을 허용했다. 당시 경제산업장관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경제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마크롱법'이라고 불린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한 해 8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 1위 관광대국이다. 하지만 2014년 기준 프랑스 관광 수입은 미국과 스페인, 중국에 이어 4위에 그쳤다. 2012년 유로존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서 재정난을 겪던 프랑스 정부는 일요일 휴무 및 야간 영업 규제를 개선해 관광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동법을 뜯어 고쳤다. 그 결과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관광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 이날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객 사라 살라먼(27ㆍ여)은 "매년 파리를 방문하는데 관광지와 쇼핑할 곳도 많아 너무 좋은 도시"라면서 "일요일에 쇼핑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골목 상권 살리는 '직거래 장터'= 파리 에펠탑 인근 지하철역(La Motte Picquent Grenelle). 지하철 6ㆍ8ㆍ10호선이 교차하는 역사부터 철로 아래서는 일요일 아침부터 야채와 과일, 치즈 등 식료품과 수공예품, 의류 등 각종 상품이 진열된 간이시장이 열렸다. 일요일과 수요일, 1주일에 두 번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만 영업하는 이곳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시장이다. 각종 과일과 채소는 갓 수확한 상품처럼 신선했고, 새우를 비롯한 어패류, 갓 구은 빵과 금방 튀겨낸 요리도 선보였다. 꽃과 화분도 모두 시든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른 오전부터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나온 노년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끊임없이 밀려 들었다. 장 니콜라스(36)도 이날 아내, 아들 둘과 함께 시장을 찾았다. 그는 "아침 준비를 위해 장을 보고 있다"면서 "날씨가 쌀쌀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투정을 부리긴 하지만 신선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직거래시장은 파리시가 지원해 운영되고 있다. 샹젤리제와 오페라 등 대형 점포에서 일요일 밤까지 영업을 허용하면서 생산자와 골목 상권 등 이른바 '을(乙)'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김영호 KOTRA 파리무역관 차장은 "분유와 치즈 등 불량식품 파동 이후 돈을 좀 더 지불하고서라도 신선한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기농 전통시장이 다시 뜨고 있다"며 "프랑스 정치권에서도 농민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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