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정비 현실화' 내세워 인상 추진…인천 의장단협의회,19% 인상안 '담합'
충북, 5급 공무원 20년차 수준 인상률 47%, 강원도는 부단체장 보수 수준 인상 요구
시민단체 "지자체 재정자립도 55%, 지방의원들 제 잇속 챙기기 급급"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월정수당의 결정방식을 지역별로 자율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인천 등 일부에서는 각 기초의회별로 의정비 인상을 추진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을 의식해 의장단협의회에서 인상 폭을 놓고 담합해 빈축을 사고 있다.
월정수당은 올해 기준 광역단체는 연 평균 3943만원, 기초단체는 2538만원이며 의정활동비는 광역의원은 연 평균 1800만원, 기초의원은 1320만원이다.
월정수당은 그동안 행정안전부의 지급기준액 산식을 적용했다. 그러나 최고 상한액 산출규정을 삭제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부 지방의회가 '월정수당 현실화'를 내세우며 큰 폭의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법은 월정수당 책정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되 지역주민의 수 및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열리며 올해는 2019~2022년 의정비 책정이 이뤄진다.
충북 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의정비가 전국 평균 3858만원보다 대부분 낮다며 인상 기준을 공무원 5급 20호봉으로 정했다. 다만 각 지자체별 예산규모에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 최종 인상안을 마련해 집행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강원도 시·군의회도 월정수당을 조정해 의정비 총액을 각 시·군 부단체장 보수(연간 8000~9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양구군의원이 가장 적은 연 3111만원, 가장 많은 춘천시의원이 3750만원을 받고 있어 인상안대로라면 지금보다 의정비가 2배 이상이 오른다.
인천의 경우 10개 군·구 의장단이 기초의원 월정수당을 19% 올리는데 답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실제로 연수구, 남동구의회가 이러한 인상안을 각각 구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제출해 심의중에 있다. 인상안이 받아들여지면 기초의원들의 월정수당은 최소 연간 368만원에서 최대 495만원 오른다.
의장단협의회는 인천의 의정비 수준이 서울 등 타 지역에 비해 낮고 인구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역마다 편차가 커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천 기초의원 1인당 의정비는 월 평균 302만원(월정수당 192만원, 의정활동비 110만원)으로 전국 월 평균 321만원보다 적다. 남동구의회가 연 3928만원으로 가장 많으며 옹진군의회가 3257만원으로 가장 적다. 서울 기초의원의 연 평균 의정비 4300만원과 차이가 난다.
지방의회는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로 물가는 오르는데 의정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게 한목소리다.
그러나 월정수당을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법 개정에 맞춰 지방의회가 이때다 싶게 너도나도 의정비를 큰 폭으로 인상을 추진하는 것에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55%에 불과한 지자체의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2018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2.6%)를 훨씬 웃도는 인상폭에 비판이 큰 이유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자율을 주었더니 기초의회마다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지자체 재정자립도와 재정력지수는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팍팍한 삶을 챙기고 자치구 의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보다 제 밥그릇을 먼저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의정비심의위원들이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의정비 인상률을 지방의회 의장단협의회가 논의하는 것 자체가 담합"이라며 "인천 기초의회들은 19%인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구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인상 주장을 철회하는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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