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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구석 전전하는 노인 홈리스…"노후 그리는 건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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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있는 노년을 위해] <2> 뉴욕에서 만난 노인들 : 미국

뉴욕에서 만난 노인들…"노후는 사치" vs "노년기는 또다른 기회"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도 노인의 삶은 천차만별


지하철역 구석 전전하는 노인 홈리스…"노후 그리는 건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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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뉴욕의 모든 노인들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본고장이 미국인만큼 이곳에서도 노후를 충분히 대비한 이가 더 많은 보장을 받는다는 원칙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수령할 연금이 거의 없거나 저소득층에 속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노인들 가운데는 노숙생활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50세 이상 노숙(homelessㆍ홈리스) 인구는 30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는 1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전체 노숙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 내 도시 가운데 노숙인이 가장 많은 곳이 뉴욕(약 8만 명)인 만큼 실제 뉴욕 곳곳에는 거리로 내몰린 노인들이 쉽게 눈에 띈다.

뉴욕 맨해튼 42번가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만난 폴 매켄지(Paul McKenzieㆍ76)씨도 그중 하나다. 5년째 홈리스 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게 노후는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문제다. 과거 외국에서 원양어선을 타며 어부로 오래 일했지만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모아둔 돈 대부분을 치료비와 생활비로 써버렸다.
맨해튼 42번가 한 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만난 홈리스 폴 맥켄지(Paul McKenzieㆍ76)씨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고역인 탓에 노후를 그릴 여유가 없다고 했다.(사진=송승윤 기자)

맨해튼 42번가 한 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만난 홈리스 폴 맥켄지(Paul McKenzieㆍ76)씨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고역인 탓에 노후를 그릴 여유가 없다고 했다.(사진=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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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그를 도와줄만한 가족도 없는 데다가 주거비를 감당할 만한 능력도 안 돼 거리에서 생활하며 구걸로 연명하고 있다. 연방 정부와 뉴욕 주의 지원을 받아 요양원과 노숙자 쉼터 등에 머물 기회를 얻은 적도 있었지만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견디지 못해 자진해서 홈리스가 됐다.

폴씨는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아직은 통제를 받는 것이 익숙지 않다"면서 "거리에서 생활하다 보니 노후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 등은 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폴씨와의 인터뷰 도중 또 다른 홈리스 노인도 끼어들었다. 자신을 거리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다고 소개한 후안 카를로스(68ㆍJuan Carlos)씨는 "한때는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산적도 있었지만 알코올 중독과 함께 도박에도 빠지다 보니 일자리를 잃었고 가족까지 곁을 떠났다"고 했다.

그 역시 1년 전 노숙인 쉼터에 임시로 거주하다가 5개월 만에 그곳을 빠져나온 뒤 지하철역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후안씨는 "뉴욕에 있는 모든 노인들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신분상의 문제 등으로 국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노인도 많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노년기는 또 다른 기회" 스스로 삶의 의미 찾는 시니어 뉴요커="남은 날들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가 유일한 고민거리입니다."

미국 뉴욕주 월스트리트 인근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데이빗 제임스(87ㆍDavid James)씨는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매일 일을 마치고 센트럴파크 주변에서 조깅을 즐길 만큼 건강하다. 그는 최근 인근 대학에서 마음에 드는 강의를 찾아 젊은이들과 함께 듣는 데 취미를 붙였다.(사진=송승윤 기자)

미국 뉴욕주 월스트리트 인근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데이빗 제임스(87ㆍDavid James)씨는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매일 일을 마치고 센트럴파크 주변에서 조깅을 즐길 만큼 건강하다. 그는 최근 인근 대학에서 마음에 드는 강의를 찾아 젊은이들과 함께 듣는 데 취미를 붙였다.(사진=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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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월스트리트 인근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데이비드 제임스(87ㆍDavid James)씨는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 나? 난 노인(old man)이 아니다"라며 익살스럽게 웃어 보였다. 뉴욕주 브롱스 지역의 한 건축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그는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매일 일을 마치고 센트럴파크 주변에서 조깅을 즐길 만큼 건강하다.

한국이었다면 어김없이 그에게 '노익장(老益壯)'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겠지만 미국에선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니다. 제임스씨와 비슷한 나이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이나 소방관처럼 신체적 제약이 있는 일을 제외하곤 미국에서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물관에 가거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제임스씨의 낙이다. 요즘은 인근 대학에서 마음에 드는 강의를 찾아 젊은이들과 함께 듣는 데 취미를 붙였다.

제임스씨는 "개인 소득 등 각자 상황에 따라 노년을 보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중산층 혹은 평범한 노인 대부분은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산다"고 전했다.

제임스씨처럼 자기 사업을 해야만 여유 있는 노년을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맨해튼 시내 한 아파트에서 도어맨(doorman)으로 일하고 있는 빈센트(65ㆍVincent)씨는 자신의 노후에 대해 "평생 기다리던 삶의 '하이라이트'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꿈은 아내와 함께 플로리다주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사진=송승윤 기자)

맨해튼 시내 한 아파트에서 도어맨(doorman)으로 일하고 있는 빈센트(65ㆍVincent)씨는 자신의 노후에 대해 "평생 기다리던 삶의 '하이라이트'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꿈은 아내와 함께 플로리다주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사진=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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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시내 한 아파트에서 도어맨(doorman)으로 일하고 있는 빈센트(65ㆍVincent)씨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제 막 노년기에 접어든 그는 자신의 노후에 대해 "평생 기다리던 삶의 '하이라이트'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퇴역 군인 출신인 그는 20여 년 전부터 윤택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준비를 했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계획도 미리부터 구상해뒀다.

아내와 함께 플로리다주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퇴직 후에는 관심이 가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도 해보고 낚시도 즐기며 살 것"이라면서 "시간이 한정돼있는 만큼 죽기 전까지 최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뉴욕(미국)=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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