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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노인의 최후 비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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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있는 노년을 위해] <1> 당신도 언젠가는 늙고, 병든다

메디치피아요양센터 이남희 센터장 인터뷰

기저귀를 차면 정말 노인이 된다

병원에서 태어나 요양원에서 눈 감아

이남희(왼쪽) 구로메디치피아요양센터 센터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 메디치피아요양센터 대강당에서 실버체조를 마친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남희(왼쪽) 구로메디치피아요양센터 센터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 메디치피아요양센터 대강당에서 실버체조를 마친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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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노인인권이 다른 게 아닙니다. 배변욕구를 인권친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남희 메디치피아요양센터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노인인권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얘기를 했다.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에게 가장 큰 욕구는 ‘배변욕구’다. 속된 말로 똥과 오줌. 자신이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가서 용변을 보는 것.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그러나 시설에선 배변욕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 화장실 가고 싶어’”라며 “나이가 들면 여러 기능들이 안 좋아지는데 그 중 하나가 방광이다. 화장실에 데려 갔는데 해결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모든 시설에서 노인들에게 이른바 ‘기저귀 케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배변욕구는 남녀 어르신 모두 똑같다”며 “처음엔 수치심 때문에 거부하기도 하지만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이남희 구로메디치피아요양센터 센터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 메디치피아요양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남희 구로메디치피아요양센터 센터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 메디치피아요양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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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케어란 노인용 기저귀를 채우고 2시간 마다 체크한 뒤 용변을 봤을 경우 요양보호사가 갈아주는 걸 말한다. 2시간이면 대개 노인들이 용변을 본 상태라고 한다. 이 요양원 입소자 168명 중 85% 이상이 기저귀 케어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화장실을 가기 시작하면 다른 업무가 마비돼 어쩔 수 없이 기저귀 케어를 하고는 있지만 다른 좋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호소했다.
간혹 걸어서 화장실에 갈 수 있는데도 기저귀 케어를 하는 요양원도 있다. 걸음을 옮길 수 있으면 가급적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현장에선 효율성을 들어 일괄 기저귀 케어를 하는 것이다. 넘어지거나 다치면 무조건 요양원 탓으로 원망을 듣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거부가 심하면 낮에는 화장실을 가도록 하고 밤에는 요실금 팬티 등을 입으라고 절충하기도 한다.

18일 서울 구로구 메디치피아요양센터 내부./강진형 기자aymsdream@

18일 서울 구로구 메디치피아요양센터 내부./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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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동 메디치피아요양센터는 구로성심병원이 부설로 운영하는 곳이다. 입소 노인들이 168명이고, 입소자의 절반 가까운 74명의 요양보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길 건너가 구로성심병원이어서 위기 상황 때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현재 입소 대기자만 200여명에 달한다. 최고령자 입소자는 101세다. 90% 이상의 입소자가 치매를 앓고 있다.

이 센터장은 노인에 대한 인식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이 센터장은 “현실에선 노인을 짐으로 여기면서 요양원에 들여보내는 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집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노인의 최후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비참하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상담하러 오는 보호자들은 주저한다. 시설에 보내면 팔다리 묶어놓고, 가둬둔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억제대(帶)도 꼭 필요할 때만 하고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억제대를 하지 않은 노인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등 다치게 되면 모든 문제를 요양원이 떠안게 돼 고민이라고 했다.

요양원은 24시간이 근무시간이다. 요양보호사는 3교대로 일하고, 어르신들은 아침부터 잠 들 때까지 짜인 일정을 소화한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몸이 안 좋아 지기 때문에 세수부터 식사, 양치, 목욕, 그룹별 치료, 색칠공부, 소근육운동 등 하루 일정이 빡빡하다. 한 달에 한 번 근교로 나들이 간다. 갇혀 지낸다는 느낌 때문인지 어르신들은 나들이를 가장 반긴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예전엔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삶을 마감했다면, 이제는 병원에서 태어나 요양원에서 눈을 감는다”며 “마지막 순간을 가족이 있는 집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요양원이라도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어르신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 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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