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백년가게]⑦대구 동구 스미센
"대기업이든 작은 가게든 경영을 잘 하려면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맛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요."
대구 동구에서 일본식 민물장어 전문점 '스미센'을 운영하는 최태근(48·사진) 사장은 "장사 잘 하시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스미센은 최 사장의 모친이 1983년에 개업했다. 올해로 35년째 문을 열고 있다. 초기 메뉴는 회, 돈까스, 복어지리. 최 사장은 약 10년 전 가게를 물려받아 경영하기 시작했고 이후로 전통 교토식 민물장어 요리와 돈코츠라면, 나가사키짬뽕, 각종 구이ㆍ덮밥 같은 '신메뉴'를 추가해 지금의 스미센을 만들었다.
그는 "대구는 물론이고 서울, 부산 등 각지에 있는, 몇 십년째 장사를 한다는 맛집들을 가끔 찾아다니는데 이름값을 믿고 오직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메뉴로 변화 없이 단골장사에 집중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사장은 "100년을 가고 싶다면 그 사이에 세대와 고객층이 몇 번이나 바뀔지를 고민해봐야하지 않겠느냐"면서 "요리의 맛과 질에 대해서는 한우물을 파야하지만, 전체적인 경영 측면에선 한우물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우리 가게의 메뉴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와 혁신 말고 최 사장이 강조하는 경영키워드는 감동이다. 맛에서 감동을 느낀다? 이 추상적인 개념을 최 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 요리는 어떤 식재료와 양념으로 만드느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이것 보시라, 우리 가게는 양념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을 쓴다'며 내놓을 수 있어야 해요. 이런 요소 중에서 한 가지만 허술해져도 손님들은 바로 눈치를 챕니다."
최 사장은 그러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일본 기코만(KIKKOMAN) 간장통을 가져왔다. 일본 식문화의 전령으로 통하는 세계적인 양념. 미국ㆍ유럽 사람들이 간장을 일컬을 때 '소이소스(soysauce)'가 아닌 '기코만'을 대명사로 사용한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최 사장은 그저 양념 한 가지 뿐만 아니라 일본의 식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그는 "우동버스, 우동택시 같은 관광 상품이 괜히 나왔겠느냐"면서 "그런 버스나 택시 기사들이 안내하는 곳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철저하게 인정을 받은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의 바탕에는 일본 요식업 종사자들 특유의 프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최 사장의 생각이다. 변화와 원칙의 조화. 스미센이 추구하는 성공 방정식은 이런 게 아닐까.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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