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학습형 AI, 운전습관 파악·농담까지
사람같이 편안한 대화 가능…내년 한국판 출시
[시애틀(미국)=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의 '키트'는 당시에 그야말로 '꿈의 차'로 통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주인공와 대화를 나누고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구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만 해도 이같은 차의 등장은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고 상상 속 혹은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 미래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키트는 더이상 꿈 속의 차가 아니게 됐다. 이제 자동차는 목적지를 얘기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주고 음성으로 차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원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주기도 한다. 상당 부분 키트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찾은 메르세데스-벤츠 북미 R&D 시애틀 센터(이하 시애틀 센터)에서 MBUX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문을 연 시애틀 센터는 벤츠 북미 R&D 센터(MBRDNA) 중 여섯 번째로 지어진 연구소다. 시애틀 도심에 자리한 시애틀 센터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필두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집중된 연구를 진행하며 벤츠 차량의 커넥티트 카 기술을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차의 핵심이 되고 있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 등 모든 게 클라우드와 연결돼 있다. 시애틀 센터는 벤츠의 새로운 디지털 허브로서 현재 약 70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고 벤츠는 향후 1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시애틀에 벤츠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연구센터를 마련했다. 우수한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해서다.
이날 체험한 MBUX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사용자 경험(UX)이 결합된 이름으로 사용자 경험을 우선으로 고려해 개발된 시스템이다. MBUX의 특징은 학습 능력이 있는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에 맞게 개별화돼 차량과 운전자, 탑승객 간의 정서적 연결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컨텐츠도 별도의 선 연결 없이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BMW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들은 멋져요. 나는 내 백미러를 통해 그들을 보는 걸 좋아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메르세데스 널 좋아해"라고 말하면 "나도 당신을 좋아해요"라고 답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로버트 브룩하트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MBUX는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돼 운전자의 습관 등에 따라 진화한다"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은 물론 대부분의 기능이 한 두 번의 클릭만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MBUX의 학습 능력은 음성을 인식하는 데서도 나타났다. 처음에는 한국식 발음으로 "헤이 메르세데스"라고 얘기하자 잘 못 알아들어 여러 번 불러야 했지만 지속적으로 부르자 대답이 갈수록 빨라졌다.
캐시디 슈바르체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음성인식 시스템은 굉장히 지능적이어야 하고 사람 같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편안하게 얘기해도 알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MBUX의 음성인식 시스템은 가능한 영어가 원어가 아닌 사람들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슈바르체는 "또한 같은 말이라도 다양한 표현으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배가 고프다던지 기름이 떨어져간다고 얘기를 했을 때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정보를 주거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간접적인 표현을 알아듣고 상황 파악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MBUX는 한국에 내년 상반기 출시될 A클래스 세단에 도입된다. 한국에 선보일 MBUX는 국내 소비자들이 더욱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녕 벤츠"라는 명령어로 이용이 가능하고 완벽하게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벤츠 코리아측은 밝혔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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