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마다 '추석특강' 경쟁도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47ㆍ서울 삼성동)씨는 이번 추석에 경남 하동의 시댁에 가지 않는다. 마땅한 차편이 없어 꼭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데, 평소에도 5시간 걸리는 고향길은 명절 교통체증에는 기약이 없기 일쑤다. 이씨의 아들 정모(18)군은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부터 꼬박 5일간 진행되는 대치동 M학원의 '추석 특강'을 신청했다. 사흘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총정리반(수강료 40만원)'과 나머지 이틀 동안 학원에서 점심ㆍ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며 특별 관리하는 자율학습으로 구성됐다. 이 학원은 연휴에도 '명문대' 재학생 선배들이 상주하며 어려운 문제 풀이를 해주거나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
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닷새간의 추석 연휴는 입시를 눈앞에 둔 수험생들이 마지막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오는 11월15일 수능일까지 딱 54일, 자칫 어영부영하다가는 그냥 흘러가 버릴 수 있는 시간을 잡기 위해 이미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추석 특강 일정표가 나붙고 수강생을 모집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수험생들의 조급한 마음만큼 대치동과 목동, 잠실의 사교육시장은 연휴가 오히려 쉴 틈이 없는 대목을 맞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6월ㆍ9월 수능 모의평가를 치른 수험생들은 이제 스스로 어느 영역에 얼마나 취약한지, 어느 과목에서 점수를 올릴 수 있을지 분명히 파악하게 된다"며 "부족한 과목, 딱 필요한 과목에 사나흘 바짝 집중하면 등급이 바뀌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록 돈을 벌기는 하겠지만 유명 강사들도 추석을 반납했다. 특강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학원들 사이에서는 강사 모시기 경쟁도 벌어진다. 평소 D학원, M학원, J학원 등 유명 입시학원에서 정규반, 재수생반 강의를 하는 인기 강사들을 연휴엔 어느 보습학원에서 선점하느냐다.
I학원 장모 상담실장은 "유난히 길었던 작년 추석 연휴엔 한 사회탐구 강사가 대치동에서 분당으로, 분당에서 다시 잠실로 하루에 3곳을 옮겨다니며 강의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겼다는 말에 내가 도시락을 사다줬다"며 "종일 학원에 나와 있는 학생들도 점심을 먹어야 하니 인근 어느 식당이 문을 열었고 대충 어떤 메뉴를 얼마에 먹을 수 있는지 찾아 써 붙여놓는다"고 말했다.
연휴 동안의 '열공'은 비단 고3 수험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휴 직후 중간고사를 보는 중ㆍ고교가 많은 탓이다. 대부분 학원이 아직 내신 관리에 공을 들여야 하는 고 1ㆍ2학년 중간고사 대비반을 따로 편성하고, 일부는 '예비 고교생'이라는 명목으로 중3 학생들까지 불러모으고 있다.
목동 D수학학원 원장은 "과학고 등 특목고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사실 입학 전에 고교 과정을 모두 선행한다. 개념 정리가 부족한 부분은 지금쯤 다시 점검하고 겨울방학부터는 본격적인 심화학습에 들어가야 한다"며 "고1 학생들과 같은 반으로 묶어 수업하면 서로 묘한 경쟁심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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