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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10> 암환자의 사망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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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암환자가 죽으면 당연히 암 때문에 죽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암의 위력을 고려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암세포는 내 몸의 세포이기 때문에 변질은 되어 있지만 세균처럼 사람을 직접 공격하여 죽이지는 않는다. 일부 유전자가 변질되어 본래의 기능을 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정상세포가 사용할 자리와 영양소를 차지하여 건강한 조직이나 장기가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게 된다.
위나 대장과 같은 소화기에 암이 생겨 막히면 음식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므로 환자는 영양실조에 걸리게 된다. 허파에 암이 생겨 건강한 허파 조직이 얼마 남지 않거나 허파의 일부가 막히면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며, 망가진 조직이 세균에 감염된다.

뼈에 암이 생기면 많은 칼슘이 혈액으로 나와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게 되며, 골수에 암이 생기면 건강한 적혈구와 백혈구의 생산이 부족하여 빈혈에 걸리고 세균과 싸우기 어려워진다. 간에 암이 생겨 화학적인 균형이 무너지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뇌에 암이 생기면 기억이나 균형에 문제가 생기거나 뇌출혈이 올 수 있으며, 어떤 신체 부위의 기능이 상실되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암환자가 죽는 것은 뇌나 허파, 간, 췌장처럼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주요 장기나 조직의 기능이 암으로 인하여 심각하게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양소를 흡수하여 모든 세포에 공급하고 산소를 모든 세포에 공급하는 기능이 암으로 심각하게 손상되면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사람은 살 수 없다.
반면에 갑상선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처럼 생활은 불편하지만 비교적 생존기간이 긴 암들도 있다. 이런 암들은 어느 정도 커지더라도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주요 장기로 전이되지만 않으면, 생명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죽은 사람을 부검할 때 죽음의 원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연구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암환자의 사망원인에 관한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폐암과 췌장암, 뇌종양 환자는 그 암 때문에 죽을 가능성이 80% 안팎으로 매우 높다. 간암과 담낭암, 식도암, 위암, 난소암, 골수암 환자도 확률은 다소 낮지만, 그 암으로 죽을 가능성이 50%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반면에 갑상선암과 전립선암, 유방암, 고환암 환자는 그 암 때문에 죽을 가능성이 대체로 30%이하로 낮고, 혈관질환을 비롯한 암 이외의 원인으로 죽을 확률이 50% 이상으로 더 높으며,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폐암과 췌장암, 뇌종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들은 암 이외의 원인으로 죽을 확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암환자가 모두 그 암 때문에 죽지는 않으며, 특히 죽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암에 걸린 환자는 암으로 죽을 가능성보다 다른 원인으로 죽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무조건 암 치료에 목을 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암 치료 받다가 치료의 부작용으로 합병증이 생겨 죽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영국 공공건강청과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8.4%와 유방암 환자의 2.4%는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30일도 안되어 죽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받고 면역력이 약해져 암 아닌 다른 원인으로 죽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잘못된 암 치료는 오히려 생명을 단축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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