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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영의 야간비행]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생·영화·철학 엿보기

최종수정 2018.08.17 11:47 기사입력 2018.08.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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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현실적·개인적인 답변 들려줘
"60세 돼서야 내 존재 깨달아
행복 위해선 자기자리 필요해"
[기하영의 야간비행]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생·영화·철학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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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애니메이션을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설명하는 말이다. 우리에겐 '공각기동대'의 감독으로 알려진 그는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인간인지 로봇인지 모를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그는 '삶이란 자기실현의 과정'이며 '인간은 계속 변화하는 존재'라는 세계관을 드러낸다.
'철학이라 할 만한 것'은 이 같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생과 영화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서문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들을 내 나름대로 논고해보았다"며 "본질적 문제의식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행복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 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답변을 들려준다.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작품보다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의 해결책은 간단명료하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것.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죽을 때까지 새로 만들어야 하며 결정한 우선순위를 실현해나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년까지 일에 매진하면서 살아왔다면 정년 후에 아내로부터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당초 일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쓸쓸한 노후가 기다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소년코난, 원령공주, 이웃집토토로 등을 남긴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예를 든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만 하느라 집에서 하숙생처럼 생활하는 '가정 난민'이지만 그렇게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선순위가 확실하기 때문에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인간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처럼 새로 정해야한다. 그는 60세가 돼서야 간신히 나라는 존재를 알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방황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선순위는 한 번 만들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단 정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정하지 말고 그때그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담담히 설명한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또 행복을 위해 '자기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은 자신이 세계에 필요로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의미"라며 "자신을 의지하는 사람이 가족 외에도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다만 자기자리에서 반드시 1등이 돼야 한다고 강요하진 않는다. 극단적으로 정말로 무능한 인간, 글러먹은 인간이 있을 자리도 분명히 마련돼 있다고 말한다. 도움이 안 되는 존재라 하더라도 그 자리 자체로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뒤처진 사람들을 돌볼 수 없는 사회는 변변치 못한 사회라고 일침한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자기를 실현하는 삶을 위해, 또 행복에 이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모순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가슴속 핵의 명령에 따르되 더 복잡해지고 더 다양해지면서, 때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지금의 자신으로 남으려는 집착을 넘어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를 '발명'하면서 자신의 필드를 넓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핵의 명령을 전달한 언어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228쪽)"

<철학이라 할 만한 것/오시이 마모루 지음/장민주 옮김/원더박스/1만3000원>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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