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피플'이 뭐기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 의류를 수입·판매하는 A(35)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는 지난달 명품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에서 나온 80만 원 상당의 맨투맨 티셔츠를 판매했으나 사흘 만에 고객으로부터 환불 신청을 받았다.
옷을 주문한 고객은 며칠 후 같은 브랜드의 다른 의류를 다시 주문했다. 이어 그 고객은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의류까지 총 150여만 원 상당의 옷을 주문했다가 마찬가지로 환불을 반복했다.
비싼 옷을 구입할 능력이 없음에도 일명 '패션피플(패피)'로는 불리고픈 이들의 열망에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SNS에 데일리 패션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진을 올리기 위해 옷을 샀다가 다시 환불하는 '얌체 고객'들이 많아진 탓이다. 소위 ‘핫한’ 메이커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이들은 패피라 불리며 SNS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는 자신이 체결한 전자상거래 계약에 대해 계약 내용과 상관없이 청약철회 및 계약해제의 기간(통상 7일) 내에 자유롭게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 판매자가 흰옷 등 특정 제품에 대해서만 환불 불가를 고지하거나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 등도 모두 불법이다.
환불 과정에서 옷에 착용 흔적이 남거나 옷이 망가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소비자의 잘못으로 물건이 훼손되거나 사용으로 인해 물건의 가치가 뚜렷하게 떨어질 경우 환불 거부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판매자는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과 한참 실랑이를 벌여야만 한다.
또 다른 수입의류 판매자 B씨는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옷을 구매했다가 환불하는 고객들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면서 "판매자나 다른 고객들이 입게 될 손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교환·환불 관련 규정을 적용해 구제가 가능하지만, 물품 거래로 인한 판매자의 피해를 구제해주는 규정은 따로 명시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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