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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교복은 꼭 치마?" "머리는 묶는게 청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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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주관 학교 내 성차별 집담회
'몸평'에서 혐오표현까지…중·고교 학생·교사들 문제 제기

"여학생 교복은 꼭 치마?" "머리는 묶는게 청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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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 치수 크게 입으면 된다고요? 애당초 왜 여학생 교복이 이런 치수로 나오나요? 품이 넉넉하고 길이가 긴 교복은 아예 팔지를 않는다구요."(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교복이 너무 작고 몸에 꽉 맞다 보니 남학생들이 공공연히 여학생들 몸매 평가를 해요. 여학생들이 선호해서 교복이 그렇게 나온다는 식으로 몰고 가면 어떤 대책도 못나와요."(중학교 교사)


"저희 옆 학교는 여학생들도 바지 교복을 입을 순 있는데, 다리에 눈에 띄는 상처가 있다거나 다리를 드러내는데 큰 트라우마가 있다는 등의 사유서를 써서 허락받아야 하더라고요."(고교 2학년)

지난 18일 서울 미아동에 위치한 삼각산고에서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일상 속 성차별 언어표현에 관한 집담회'가 열렸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과 중ㆍ고등학생 9명, 현직 교사 3명,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학생들 가운데 2명은 남학생이었다. 학교 내 성차별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에 학생들은 가장 먼저 '교복'을 문제 삼았다.
학교에서 교복을 입을 때 여학생들에게는 붉은색 리본을, 남학생들에게는 회색 넥타이를 매게 하는 것, 단정한 복장을 강조하는 안내문에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학생 사진을 넣고 '치렁치렁한 머리보다는 묶는 편이 청순하다'고 표현한 것 등이 거론됐다.

학생들의 교복, 특히 여학생들의 교복 사이즈가 활동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여학생 교복을 바꿔주세요' 등과 같은 청원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여학생 교복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하자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도 교복 개선 방안을 찾느라 고심중이다.

교복은 단순히 복장 규제의 문제, 생활하기 불편한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교사 A씨는 "고교에 첫 발령받아 남학생들이 카톡방에서 친구인 여학생의 외모를 놓고 품평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교사들조차 '남자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냐'하는 반응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성차별의 시작은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며 "교복부터라도 '젠더리스(성별을 구분짓지 않는 것)'를 강제하면 안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B교사는 "지금이라도 교복을 왜 자율복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교육당국 등) 위에서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교복에 대한 규제, 교복에 대한 의식을 바꿔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집담회에선 성차별적 표현에서 시작된 각종 혐오표현의 심각성과 이를 제재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 현실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한 여학생(중3)은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이후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남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저를 향해 '메갈년'이라고 손가락질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언어적 폭력'도 폭력인데 선생님께 말슴드려봤자 반성문 정도로 끝나고, 학급 회의시간에 이 문제를 건의하고 싶었지만 후폭풍이 무서워 망설여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생(고3)은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다', '메갈년', '김치녀', '쿵쾅쿵쾅(뚱뚱한 여자를 조롱하는 말)' 등과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런 혐오 표현도 학교폭력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이같은 성차별적 언어표현을 좀 더 강력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업 중 일정 시간을 할애애 '성평등 교육'을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있다는 데도 공감했다.

정현백 장관은 "성차별적인 사회와 문화를 매개하는 것은 성차별적인 언어와 혐오표현이다"라며 "학교 내에서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언어표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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