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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송영무와 U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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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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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기무사의 '위수령과 계엄' 문건에 대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대처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 조사를 지시한 것은 송 장관의 경질을 예고한 것이란 시각까지 나온다. 여기에 잦은 말 실수까지 더해지며 14일 취임 1년을 맞는 송 장관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송 장관을 지금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게 정답일까. 군의 주축 세력 출신이 아니면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던 송 장관 경질은 오히려 개혁에 반대하는 육군 중심의 기존 적폐세력이 반길 일이다. 혹 자신의 주위를 겹겹이 둘러싼 저항 세력과 일당백으로 맞서고 있는 장수의 상황이 송 장관의 현실은 아닐까.
송 장관이 왜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적임자인지를 보여주는 예가 있다. 송 장관이 해군참모총장 시절의 일이다. 당시 해군본부에는 '유에프오(UFO)'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정은 이렇다. 송 장관이 총장에 취임한 이후 계룡대 삼군 본부 건물에 불이 꺼지지 않는 층이 있었다. 해군본부였다. 당시 해군 본부 근무 인력들은 송 총장의 개혁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야근이 불가피했다. 한 층만 계속 불이 켜져 있다 보니 밤에 보면 미확인 비행물체가 떠 있는 듯했다. 그는 그렇게 독하게 해군 개혁을 추진했다. 해군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결국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본 타군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UFO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 해군이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송 장관이 정권 교체와 함께 국방부의 수장으로 등장하자 전 군에 불똥이 떨어졌다. 대한민국 국군 모두가 UFO가 돼야 했다.

아직 송영무 표 UFO의 성과는 더디기만 하다. 국방개혁 2.0 계획도 확정 전이다. 지난해 극도의 남북관계 악화기를 지나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분위기가 급반전한 만큼 국방 개혁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형 킬체인도 수정해야 하고 핵잠수함 도입,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주한미군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하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들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반영한다는 게 옳은 일일까. 면밀한 검토와 국제정세의 변화를 조금 더 지켜 봐도 늦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Ⅵ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고 미ㆍ중 갈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 해도 성급한 군축은 장기적인 국력의 약화를 불러올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대대적인 국방개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해군 출신 장관을 발탁한 의미도 들여다 봐야 한다. 지금 송 장관이 물러난다면 누가 국방부에 들어와 개혁을 할 수 있을까. 해군도 어려운데 공군이라고 가능할까. 그렇다면 답은 민간인이다. 민간인이 국방장관을 맡아 개혁을 추진한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큰 칼바람이 군에 불어 닥칠 게 자명하다는 점을 군도 인식해야 한다. '금융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셀프기부 논란으로 퇴임하자 후임 윤석현 원장이 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도 군에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기무사 문건을 폭로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송 장관을 국방개혁의 적임자라고 두둔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를 알고 있음이다. 단 송 장관도 독립수사단 조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책임지는 군인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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