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는 안 통해’ 팟캐스트 저널리즘, 공중파서 줄줄이 퇴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편파보도 논란 끝 폐지
MBC 주진우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5주간 결방 논란

정권 교체 후 지상파에 나란히 진출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들이 잇따라 위기에 봉착하며 팟캐스트 저널리즘에 대한 염증과 부작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진행자에서 공중파로 자리를 옮긴 MC들이 프로그램 폐지와 결방으로 잇따라 위기를 맞고 있다.

SBS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어준의 첫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오는 8월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대중에 첫선을 보인 블랙하우스는 방송 내내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SBS는 지난 10일 “김 씨와 25회 계약이 끝나는 8월을 끝으로 시즌 1이 마무리되며, 제작진과 논의 끝에 시즌2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편향 보도 논란이 극에 달했던 건 지난 3월 22일 블랙하우스가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서였다. 사건 당일 정 전 의원의 행적을 기록한 780장의 사진 중 일부를 공개하며 정 전 의원 측의 주장에만 힘을 실어준 블랙하우스는 과거 ‘나꼼수’를 함께 진행한 정 전 의원과 각별한 관계인 김씨가 공중파 보도를 사적인 해명 수단으로 이용하게 도운 것 아니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여기에 정 전 의원이 성추행 발생 장소로 지목된 호텔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이 공개되며 편향 보도 논란이 계속되자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이 보도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특정 정치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 자료만 방송해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경고와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역시 ‘나꼼수’를 함께 진행했던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또한 당사자에 대한 논란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배우 김부선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던 중 주 기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김 씨에게 합의를 중재하는 뉘앙스의 통화 녹취파일이 유출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주 기자는 이를 해명하지 않았고, 스트레이트 역시 지난달 17일부터 4주째 결방 중이다.

MBC 측은 “월드컵 (중계) 일정으로 결방하는 것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방송가 안팎에선 해명을 촉구하는 시청자의 요구를 묵살한 주 기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 높은 청취자를 기반에 둔 팟캐스트와 불특정 전 연령대의 대중을 시청자로 둔 공중파 방송의 구조적 차이가 빚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편 잇따른 멤버들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SBS ‘김용민의 정치쇼’에 이어 KBS ‘김용민 라이브’로 공중파 2개사에 입성해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