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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K뷰티上]中사드로 반사이익 日가보니…"J뷰티만 쓸어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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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으로 피해를 본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화장품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으나 사드 한 방에 역성장했다. 사드로 잃어버린 1년을 겪는 사이 일본 화장품 회사들의 실적이 급증했고 중국 현지 화장품 회사들도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의 화장품 산업마저 '샌드위치' 신세가 된 모양새다. 중국에 편중됐던 K뷰티는 글로벌 다각화 등으로 눈을 돌려 위험 분산 정책을 펴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샌드위치 K뷰티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실상을 알아보고 전문가들의 해법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2회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주>

도쿄 쇼핑몰·면세점 점령한 요우커
롯데免 긴자점 화장품 매출 1~10위 日브랜드 차지

매출 저조에 韓화장품 잇단 철수
하나 남은 '후'도 현지서 실적 바닥권
사드로 '잃어버린 1년' 실감케 해
中현지에서도 J뷰티 수요 늘어…온라인으로 구입 잇따라
韓·日 화장품 소비층 겹치고 中화장품도 무서운 성장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메가돈키 내부 모습.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손님들이 계산대에서 줄 서 있다.(사진=박미주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메가돈키 내부 모습.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손님들이 계산대에서 줄 서 있다.(사진=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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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일본 화장품 고르고 있어요. 일본 화장품이 한국 화장품보다 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생각해요. 친구들이 부탁해서 사진을 보며 사고 있는 중이에요."

최근 기자가 찾은 일본 도쿄 쇼핑 중심지 시부야. 이곳의 대형 쇼핑몰 '메가돈키'에서 휴대폰 사진을 보며 해당 마스크팩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던 중국인 린왕(39)씨의 말이다. 한국에 간 적이 없다는 그는 "사드 여파가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없는 게 없다는 이곳 쇼핑몰에는 '택스 프리'가 크게 걸려 있고 중국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 특히 아시아계 사람들이 저마다 물품을 담아 계산대에 길게 줄 서 있었다. 넓은 화장품 쪽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외국인들이 주로 포진한 모습이었다. 태국에서 왔다는 솜분포통(34)씨는 "시세이도 제품을 골랐다"며 "면세로 사서 싸고 일본 제품의 질이 좋다"고 귀띔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쇼핑몰 '메가돈키호테'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핸드폰을 보며 바구니에 마스크팩 등을 담고 있다.(사진=박미주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쇼핑몰 '메가돈키호테'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핸드폰을 보며 바구니에 마스크팩 등을 담고 있다.(사진=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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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약뿐 아니라 화장품 등을 파는 드러그스토어.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곳인 '마츠모토 키요시' 시부야점 역시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곳곳에서는 중국어 소리도 자주 들렸다. 이곳 화장품 대부분은 일본 자국 제품이었다.

명품 플래그십스토어가 즐비한 일본의 또 다른 대표 쇼핑지 도쿄 긴자에서도 중국인들이 가득했다. 긴자 중심지에 위치한 '라옥스 면세점'에는 아예 버스가 중국인 관광객을 태워 나르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직원이 중국말로 응대했다. 중국인이 너무 많아 중국인 전용 면세점이냐 물으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면세점 내부는 중국인들을 특정한 것처럼 보였다. 1층 주로 일본 화장품들이 진열된 곳에 모여있는 중국인들에게 직원이 중국말로 상품을 설명했고 2층 보석점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의 귀금속들이 나열돼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화장품 쪽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지난해 사드 사태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이 급감한 사이 일본 화장품 회사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사실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일본 도쿄 긴자 도로 라옥스 면세점 쪽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세워져 있다.(사진=박미주 기자)

일본 도쿄 긴자 도로 라옥스 면세점 쪽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세워져 있다.(사진=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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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라 더욱 일본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설명이다. 이성철 롯데면세점 일본법인 마케팅 영업팀장은 "롯데면세점 긴자점 화장품 매출 1~10위는 모두 일본 화장품이다. 하나 있는 한국 화장품 '후'의 매출은 바닥권"이라며 "한국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더 많았는데 매출이 잘 안 나와 철수했고 '아이오페' 또한 지난달 1일자로 퇴점했다"고 전했다.

사드로 잃어버린 1년, 고품질을 자신하는 일본 화장품이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며 한국 화장품 회사들에 위협이 되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 1위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조291억원, 영업이익은 731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 32% 감소했다.

반면 일본의 1위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8% 증가했고 매출액은 18% 늘며 사상 최초로 1조엔을 돌파했다. 일본의 전체 화장품 생산액도 늘었다. 대표적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와 코세, 폴라 3사의 매출액은 2015년 505억엔에서 지난해 80% 폭증한 939억엔을 기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출하액은 1조6370억엔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고 리먼쇼크 이전인 2007년 1조5106억원을 웃돌았다. 일본 화장품 매출 증가의 주요 요인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꼽힌다.
[샌드위치 K뷰티上]中사드로 반사이익 日가보니…"J뷰티만 쓸어담았다" 원본보기 아이콘


중국에서 '메이드 인 저팬' 수요는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본의 화장품 제조업자생산(ODM) 업체인 암프리의 시노다 준 전무는 "재작년부터 매출이 특히 늘었는데 중국 영향이 크다"며 "중국에서 제품 질이 좋다며 메이드 인 저팬을 선호해 앞으로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같은 일본 메이커 제품이라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는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 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쿄 시부야 중심지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 중심지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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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장품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명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는데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목표 인원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4000만명, 2030년에는 6000만명으로 정했다. 시세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70%가 일본 여행 중 화장품을 구입하고 이들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인터넷 등으로 일본 제품을 구입한다. 일본에서 중국으로 화장품 구매를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일본과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소비층이 겹치면서 한국 업체들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4위 화장품 업체로 지난해 매출이 6% 증가했다는 폴라의 타카야 세이치 경영기획부 이사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과 타깃층이 비슷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제품 질만큼은 한국에 지고 싶지 않다"던 그는 다만 "아시아 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봐 한국과 일본 화장품이 같이 성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완화됐지만 일본 업체들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 화장품 수요가 다시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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