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뉴요커들의 출근길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시간인 만큼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뉴요커들이 출근 시간에 집중하는 게임이 하나 있다는 점이다. 바로 '가로세로 낱말맞추기 퍼즐'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미 주간지 뉴요커 등 뉴욕을 대표하는 오프라인 매체들은 대부분 낱말맞추기 퍼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종이신문 구독률이 떨어진 만큼 별도로 신문에 실린 낱말맞추기를 제공하는 앱도 만들어질 정도다. 단순히 재미로 하는 낱말맞추기 퍼즐이긴 하지만, 문제를 풀다 보면 뉴스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제들이 자주 나온다. 퍼즐에 나온 답을 가지고 그날 직장인, 점심시간에 대화 소재로 삼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한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본인의 입지를 알린 데다, 젊고 세련된 외교 능력을 보여줬다. 워싱턴포스트(WP)가 ABC 뉴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응답자 중 과반수인 55%가 북미정상회담이 미국에게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너무 이르며, 거의 동일한 응답자들(56%)은 이번 회담이 북한에 성공적이란 의견을 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광범위한 안전보장 약속도 얻어냈다. 퍼즐의 정답을 맞춘 뉴요커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단순한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문을 장식한 보도보다도 일상에서 다가오는 김 위원장, 북한에 대한 외교적인 이미지는 덮어놓고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지난주 뉴욕을 찾은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을 완벽히 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이상을 바랄 수는 없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만큼, 판을 깔아준 이후에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길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 한국의 국방비 문제, 한미연합군사훈련, 예산 등 각종 시나리오만 공중에 떠돌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그저 휩쓸리기 보단,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에 대한 비난보단 해결 과정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퍼즐맞추기에 익숙해 진 미국인들이 어느새 '코리아'하면 김정은만 떠올리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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