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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김정은,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북한의 꿈'을 꿨다

최종수정 2018.06.14 09:43 기사입력 2018.06.14 09:43

[싱가포르=아시아경제 나주석·이설 기자]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인 13일. 57층 높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최상층의 공중식 정원 스카이파크는 한 척의 배 같았다. 3개의 건물이 340m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였다. 비핵화와 체제교환을 맞교환하는 담판을 앞둔 11일 밤 야행을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들렸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사실 김 위원장이 머물렀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싱가포르 최대 규모 규모의 식물원인 싱가포르 보태닉 가든이 불과 몇백m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그가 군사작전에 가깝게 대규모 차량 행렬을 이끌고 싱가포르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야행을 떠났던 것은 싱가포르 시내와 싱가포르항을 바라볼 수 있는 이것을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은 그의 야행을 관광(tour)으로 묘사했다. 북한 언론은 반대로 싱가포르의 '사회·경제 발전 실태를 돌아본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진실은 이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야경에서 무엇을 봤을까.
싱가포르항을 오가는 각국의 선박들
싱가포르항을 오가는 각국의 선박들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 속 천둥소리 들으면서 올라가 바라본 스카이파크의 풍경은 세계로 향하는 도시국가의 진취적인 모습이었다.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 뒤편에는 엄청난 물량의 컨테이너의 풍경이, 앞면에는 싱가포를 찾는 수백여 척의 화물선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 사이 오른쪽에는 엄청난 규모의 최신식 식물원, 왼쪽에는 마천루의 풍경이 그려졌을 것이다.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부유한 나라의 모습이었다.
싱가포르항
싱가포르항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국의 언론들은 이례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낙관과 비관의 전망을 했다. 낙관을 이야기하는 일부는 좀처럼 정상회담에서 찾기 힘든 특수한 변수를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이 바로 35세의 젊은이라는 점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평균 수명 등을 생각할 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 그라면, 체제를 근근이 유지하는 방식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유달리 자신들의 주민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사랑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공식 일정조차 평양에 새로 만든 수산물 시장이었을 정도로 그는 민생을 강조했다. 사실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을 때 그는 마식령 스키장이나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등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안간힘을 썼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화물선 한 척 제대로 못 들어오고 선박에서 선박으로 밀무역을 통해 운영되는 나라를 사는 그라면 답답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싱가포르에 머무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답답했을 것이다. 경호상의 이유로 체류 시간 대부분을 호텔에 머물렀다. 가까이에는 북한 최정예 경호원들과 간부들이, 그 너머에는 각국의 정보요원과 싱가포르 군경이 둘러쌌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이 포위하듯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나라에서도, 싱가포르에서도 답답함을 느꼈을 그는 하늘 위에 올라선 뒤에야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 '플라워 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 '플라워 돔'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하나의 해법을 찾았을 것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당 중심의 정치적 통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경제적 성장을 일궈냈다. 경제적 성장이 정치적 자유로 이어지지 않는 모델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하지만 중국, 베트남도 대를 이은 상속은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주의를 표방한 싱가포르는 리콴유(李光耀)에 이어 리셴룽(李顯龍)이 총리를 맡아가며 권력을 유지했다. 경제 성장과 정치적 독재, 권력의 상속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발견했을지 모른다.

그는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군을 강조한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과 달리 당을 권력의 중심으로 세웠다. 이 때문에 중국식 성장모델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런 준비를 해왔던 그로서는 싱가포르의 부유한 모습을 보며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야경을 본 뒤 "앞으로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셀카를 찍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 '플라워 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셀카를 찍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 '플라워 돔'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이유로 수령지도체제를 수립했던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봤다.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미움으로 유지됐던 체제는 이제 새로운 무엇인가를 추진하기 위해 변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기 대신 마천루와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하는 김 위원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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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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