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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현장녹음’ 했지만, 증거능력 無…학대 교사 ‘무죄’

최종수정 2018.06.13 09:55 기사입력 2018.06.13 09:55

아동학대 ‘현장녹음’ 했지만, 증거능력 無…학대 교사 ‘무죄’



[아시아경제(대구) 정일웅 기자] 아이돌보미로부터 자녀가 학대받는 것을 감지한 학부모가 현장상황을 녹취해 소송을 벌였지만 끝내 아이돌보미를 처벌하지는 못했다. 녹취 파일에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법원 제8형사단독(판사 오병희)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47·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대구 소재 사회복지재단 가정지원센터에 근무하던 아이돌보미로 지난해 9월 13일 대구 북구 소재의 한 가정에 파견돼 생후 10개월 된 영아를 돌봤다.

하지만 영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A씨는 잠을 자지 않고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영아의 엉덩이 부위를 수차례 때리는 한편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 정신이 아니제, 미친놈 아니가 진짜, 쯧, 울고 지랄이고”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또 영아가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아들과 통화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영아의 어머니인 B씨가 녹음한 음성 CD와 A씨·B씨 간 통화 녹취록에 담겼고 A씨 역시 녹음된 내용에 비쳐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와 B씨 간 통화 녹취록에 관한 증거능력은 인정(단 사건과 무관)하면서도 A씨가 영아에게 욕설 등을 하는 부분과 영아의 음성 및 울음소리, A씨가 무엇인가를 탁탁 치는 듯한 소리(엉덩이를 치는 소리로 추정) 등에 대해선 관계 법령을 들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그 대상을 한정, 엄격한 법적 절차를 밟도록 규정한다”며 “이에 따라 누구든 동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B씨)가 녹취한 피고인(A씨)과의 통화내용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라 증거능력이 인정(공소사실과는 무관)되는 반면 피고인이 영아에게 말하는 내용(욕설 등)은 독백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타인 간의 대화’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설혹 이 부분을 ‘대화’가 아닌 사람의 음성(독백)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녹음한 내용이 피고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증거능력을 부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 한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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