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만드는 곳에서는 수확기에 비가 오면 마을 전체가 암울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한 해 농사를 거의 망치기 때문이다. 수확기 무렵에 비가 온다는 것은 그만큼 햇볕을 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광합성에 의한 당분의 축적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의 성숙이 마무리되지 않아 덜 익게 된다. 그뿐 아니라 수분이 많아 당도는 물론 산도, 타닌, 색소 등 모든 성분이 희석된다. 그리고 포도 알맹이가 커지면서 터지고, 터진 부분에 곰팡이가 끼는 등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 수확한 포도는 깨끗이 씻어서 와인을 담그지 않는다. 물로 포도를 씻는 것은 포도에 비를 맞히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포도에 묻어 있는 농약이나 이물질은 어떻게 될까? 농약은 균을 죽이는 살균제와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살균제는 농도가 낮아 별 문제가 안 되고, 살충제도 생각과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양이 줄어든다. 성분에 따라 다르지만 살충제의 양이 2분의 1로 줄어드는 시간은 4~20일 정도다. 그래서 포도를 수확하기 전에는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며, 외국에서는 잔류농약 검사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발효 과정에서 농약이 거의 사라진다.
또 발효란 효모라는 미생물이 생육하는 기간이라서 농약이 너무 많으면 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발효가 진행됐다는 것은 미생물이 정상적으로 생육하고 번식했다는 증거가 되므로 그 정도라면 사람에게도 해롭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즉 효모의 생육이 안전의 지표가 된다. 또 발효가 다 끝나면 여과하기 전에 와인을 맑게 만드는 젤라틴이나 벤토나이트와 같은 첨가물을 넣어 침전시키고, 여과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농약이 사라지니 농약 문제는 안심해도 된다.
1954년 프랑스의 보르도는 최고의 빈티지가 될 것으로 예측했고 그해 8월 프랑스 농무부 장관은 최고의 와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르도 지역의 포므롤이나 생테밀리옹은 실제로 그랬다. 그 지역의 주품종인 메를로는 빨리 수확하는 품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늦게 수확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품종인 메도크에서는 10월8일까지는 날씨가 좋았으나 그다음 날부터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같은 보르도라 하더라도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비(물)가 와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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