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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곡가 손에 다시 태어난 '님을 위한 행진곡'

최종수정 2018.05.17 10:22 기사입력 2018.05.17 10:22

18일 광주문화예술회관서 '5·18 기념음악회' 공연

황호준 작곡가. [사진=광주문화재단]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1980년 전후로 광주에 살았어요.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아버지를 만나러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어요. 국악인 임진택, 김영동, 시인 김남주 선생이 자주 오셨고 5·18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열사)도 기억이 납니다."

작곡가 황호준(46)의 아버지는 소설가 황석영이다. 그는 지난 1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어렸지만 집에 손님이 많은 것이 이상하지 않고 당연스럽게 생각했어요. 본능적으로 아버님이 그들과 엄중한 얘기를 나눈다고 느꼈고 (알아서) 조용히 했지요"라고 했다.

황석영은 36년 전인 1982년 4월 바로 이 집에서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 녹음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8년 말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에 작곡된 곳이다. 곡은 김종률이 썼고 가사는 황석영이 시민사회 운동가 백기완이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의 일부를 빌려 붙였다.

운명일까. 세월이 흘러 이 노래는 아들에게 왔다. 황호준은 님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 및 세계화 작업에 참여했다. 광주문화재단은 1980년대 민중의 뜨거운 삶과 시대정신이 담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5개년 사업을 시작했다. 황호준은 원곡을 관현악곡 '님을 위한 서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오는 18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5·18 기념음악회 :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주제 아래 처음으로 연주된다.

황호준은 작곡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1980년 당시 참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집 근처에 가장 많은 사상자들이 치료를 받던 광주기독병원이 있었어요.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일제사격을 했던 날에도 총상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했고 밤새 총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라고 털어놨다.
황호준은 "이번 작품이 초연되는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이 노래가 작곡되고 녹음됐던 곳이며, 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집터이기에 그 감회를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단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현재라는 시간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면서도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고 바랐다.

김대성 작곡가. [사진=광주문화재단]

김대성(51)의 교성곡(대규모 합창곡) '민주'(民主)도 서곡과 같은 날 초연된다. 시인 김남주의 시구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월의 싸움은', '지는 잎새 쌓이거든' 등을 인용해 합창의 가사를 썼다. 전남대 합창단이 협연한다. 김대성은 전화 인터뷰에서 "이 노래는 제 젊은 시절을 관통하는 곡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승낙했어요. 다만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대규모 합창곡을 새로 써야 해서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어요"라고 했다.

더 큰 어려움은 원곡의 무게감이었다. 김대성은 "제가 85학번인데 이한열, 박종철 등과 함께 거리에서 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았고 그 때 목이 쉬도록 부른 노래가 님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한 번은 대학시절 기독교 서클룸에서 피아노를 치며 울면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어디선가 형사가 들이닥친 적도 있다"고 떠올렸다.

김대성은 곡이 안 써질 때면 희생자들이 잠든 광주 망월동 묘지에 갔다. 그는 "처음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런데 묘비마다 뒤에 쓰여있는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의 글을 보고 그 자리에서 통곡을 했다. 그 다음부터 곡을 어렵지 않게 썼다. 곡의 마지막 부분인 '민족의 승리' 테마의 경우 영원성을 표현했는데 이 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편 광주문화재단은 두 작곡가 외에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주제로 작곡가 박영란에게 피아노협주곡을, 미국 작곡가 마이클 도허티에게 관현악곡을 맡겼다. 두 사람의 작품은 오는 9월 21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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