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은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며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발표가 새로운 정책 변화라기보다는 기존 정책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언은 과거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멜리사 한함 비확산연구센터(CNS)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과거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발언했던 것의 반복에 해당한다"면서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은 핵을 보유한 다른 나라들에 비교해 실험을 덜 하고도 핵무기를 확보했다는 만족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북한이 이뤄낸 또 다른 성취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미 미사일 개발을 완성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논리상 ICBM 등에 대한 추가 실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장이 '산피로현상' 등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어 더는 실험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이 폐쇄키로 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어차피 더 이상 핵실험 용도로 쓰기 어려웠던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상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릴 킴벌 미 무기통제협회(ACA) 사무국장은 "북한이 핵무기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를 향해 매우 의미 있는 약속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킴벌 국장은 "미국 등 관련 당사국은 북한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약속을 지키게 하고, 이들의 방문을 수용하게 함으로써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 등의 약속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내보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북미회담 등을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시간끌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기대감이 너무 높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뜻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이나, 최근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신호를 내지는 않더라도, 과거보다 적대적인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대북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기용이나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폭격,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해 미국에 대해 비판 등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미국에 대해 장광설에 가까울 정도로 비판성명을 늘어놓았던 것과 대조적인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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