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정농단'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은 재판의 향방을 가르는 '스모킹 건'이다. 중형이 선고된 박근혜ㆍ최순실 1심 재판과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 2심 재판의 결과에도 안종범 수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향후 대법원에서 이 수첩이 '사초(史草)'가 될지 아니면 '휴짓조각'이 될 지에 따라 피고인들의 최종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도 안종범 수첩은 전문증거 법칙에 의해 진술 내용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지만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만 유일하게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13부는 판결문에 "(수첩을)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한다면 증거로 사용될 수 없는 전문증거가 우회적으로 기재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의 판결이 상이하게 나온 만큼 안종범 수첩의 최종 증거능력 유무는 대법원에서 갈라질 전망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전문증거 법리는 고법 부장판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렵고 모호한 법리"라며 "쉽게 최종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안종범 수첩은 최순실씨의 항소심에서도 주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11일 항소심 첫 재판에서 "다른 증거는 충분히 살펴봤다"면서도 "다만 안종범 수첩에 대한 내용을 항목화해달라"고 말해 추후 수첩의 증거능력을 놓고 치열하게 다툴 것임을 예고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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