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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가라치코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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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가라치코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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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에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황홀한 기분으로 즐겨봤다. 한국의 유명 배우들이 해외 외딴곳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콘셉트로 인도네시아 롬복 길리섬에 이어 스페인 가라치코에서 촬영된 두번째 시즌이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최신의 촬영 기술, 적절한 배경음악, 좋은 이미지의 배우들 덕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종영했다.
가장 호응을 얻은 대목은 가라치코 주민의 일상이다. 배우들이나 관광객 사이의 해프닝에 초점을 맞췄던 앞선 시즌과는 또 달랐다. 이곳 사람들은 끊임없이 음식과 날씨에 감탄하고, 주변의 배려나 친절에 감사했다.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해 유난히 자주 의견을 나눴고 이웃들과 여유있게 앉아 시간을 즐겼다. 물론 편집을 통해 가장 보기 좋은 순간들만을 잘라붙인 것일 테지만, 한국의 대도시를 사는 이들에겐 생소하고 부러운 풍경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 그것도 재건축ㆍ로또 아파트 분양ㆍ강남 집값을 키워드로 취재 활동을 해온 기자에게는 이완의 기회도 됐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본 친구들과 광화문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 뒤 이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면서 낮의 대화를 복기했다. 대인관계에 피로를 느낀끝에 불교대학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한 친구의 소식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 재테크에 대해 떠들었다. 부동산부로 소속을 옮겼다는 기자의 말에 화제는 청약과 갭투자로 굳어졌다. 맞벌이에 아이 하나를 둔 친구 둘은 아직 무주택자인데 청약에서 번번이 미끄러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불교대학에서 마음수련 중인 친구는 8년째 게걸음인 연봉에 괴로워했고, 미혼이라 청약은 꿈도 못꾼다 했다. 서울을 배경으로 30대 중반 직장인들이 나누는 흔한 대화였다.

서울은 세속이고, 가라치코는 낭만이라는 말이 하고 싶은건 아니다. 가라치코에서도 돈을 벌고 굴리는 문제가 화두일게 분명하다. 항상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도 아니었다. 화재, 역병, 홍수가 잦았고, 18세기에는 화산 폭발로 주민들이 몰살당하고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되는 비극을 겪었다. 가라치코의 상징인 해안가 천연수영장 엘 칼레톤은 잔인한 굴곡이 빚어낸 결과물이다.주문 외우듯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내 행복은 가라치코에 있지 않다, 아파트 청약 당첨은 구원이 아니다.' 그것이 부동산부 기자와 일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3개월째 소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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