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소환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나온 진술이나 증거를 종합할 때 적어도 한차례는 소환해 조사해야 하지만 ‘정치보복’ 프레임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혐의의 거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사실관계에서 일부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모른다” “나와 관련없다” “실무자가 한 일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국가를 위해 썼다”라고 말했을 뿐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향후 법정공방이 진행되면 공개하기 위해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리 공개할 경우 검찰에 의해 해명이 뒤집어질 것을 우려한 전략이다.
이 전 대통령이 10만 달러 수수를 인정하면서 검찰은 복잡한 방정식을 과제로 떠안게 됐다.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자칫 ‘정치보복’ 프레임이 그대로 걸려들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권양숙 여사를 두 차례 소환한 것과 비교되면서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한테 한 것을 그대로 이명박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식의 정치공세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명품백에 담아 줬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9년 전 '논두렁 시계'와 비슷한 대칭 구도까지 형성됐다.
법조계에서는 혐의의 대부분을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이 유독 이 부분만 인정한 것을 놓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견해도 나온다.
검찰관계자들도 김 여사 소환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소환조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여러차례 나왔지만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라고만 밝혔다. 가능성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도 “미리 단정지을 수 없다”라고 즉답을 피해 나갔다.
검찰출신 법조인들 가운데는 “이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고, 원세운·김백준씨가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했다면 그 중간단계인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는 방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비판여론이 들끓을 수 밖에 없어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전후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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