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고가 우선…대출규제 일부 완화 필요도
공포감 주는 정책은 전근대적…서서히 공급 늘려야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로또'는 인생역전의 상징이자 희망의 다른 말이다. 집안 배경, 출신 대학, 소득수준, 외모 같은 세속적인 기준은 물론 노력여부 조차 따지지 않고 누구든 부자로 만들어준다. '벼락을 맞는 것'보다 확률이 낮지만 당첨운만 따라준다면 지긋지긋한 밥벌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 강남이나 경기도 과천 등 일부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를 두고 '그들만의 로또'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분양가 제한으로 사실상 현금 여력이 충분한 부자들에게만 당첨 기회가 열렸다는게 논란의 핵심이다. '로또'가 주택 시장에서는 오히려 기회 불균형의 상징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통한 집값 억제 보다는 시장에 가격흐름을 맡기면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된 청약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채권입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권입찰제란 분양받을 사람이 아파트 분양 대금 외에 추가로 입찰 방식을 통해 정부 발행 채권을 고가(高價)에 사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참여정부 시절 판교와 일산 등에 도입됐다가 2013년 청약 규제 완화로 폐지된 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청약을 둘러싼 과열경쟁을 막을 수 있다"면서 "특정 개인이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서민 주거복지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정부 주도로 분양가를 낮게 해서 붙으면 수억원을 단숨에 벌고, 떨어지면 허탈감을 느끼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면서 "결국 국가에서 로또 줄을 세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역시 "고가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비자연스러운 것으로 몰고가며 인위적으로 막다보면 국지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시장에 피해를 덜 주면서 꾸준히 공급을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강조했다. 안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너무 자주 발표하고 시기를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면서 "정책폭탄이 언제 날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조성하기 보다는 주택에 대한 부동산 수요자나 예비수요층의 인식을 바꿔가는 것이 (로또 아파트) 문제해결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수요층을 대상으로는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현 정부가 청약조정대상지역ㆍ투기과열지구 지정, 여신 제한 등 청약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투기 수요를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고가 아파트는 양극화 시장에서 오히려 머니게임으로 흐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 위주의 부동산 정책은 분양을 통해 서민들이 종잣돈을 만들거나 고가 주택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는 분제점이 발생한다"면서 "금리를 낮추거나 전매토록 하는 등의 완화는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으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특정 경우에 한 해 담보인정비율(LTV)을 60% 수준까지 완화한다거나 하는 방식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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