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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중독'사회]①중독 우려 제기되는 가상통화, 단지 투기에 빠진 개인만의 잘못일까?

최종수정 2018.01.12 11:26 기사입력 2018.01.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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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저는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단 한번이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이 있습니까?"

지난 11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은 오후 내내 마비가 될 정도로 수많은 청원이 올라왔다. 내용은 모두 동일했다. '가상화폐 규제반대'였다. 수천건이 넘는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들 대부분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가상통화처럼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이 있냐고 반문하며 시작했다. 7만명 이상이 참여해 가장 많은 청원참여자가 몰린 청원글에는 "우리 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해서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 시작됐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는 도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발언과 동시에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은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의 매도가 집중되며 순식간에 20% 이상씩 밀렸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물론 SNS상에서도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폭주했다. 결국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해당사안은 아직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힐정도로 투자자들의 반발은 엄청났다.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청와대에서 당일날 뒤집은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법안 추진 시사가 있었던 지난
 11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판 앞을 지나고 있다./문호남 기자 munonam@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법안 추진 시사가 있었던 지난 11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판 앞을 지나고 있다./문호남 기자 munonam@

지금까지 부동산, 파생상품, 증시 등 어떤 형태의 거래에 대해서도 투기 조짐이 보이면 정부의 규제가 있어왔다. 과거에는 심지어 복권인 로또 상금 이월이 투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며 규제까지 만든 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반발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특히 가상통화 투자자가 많은 2030세대의 반발은 엄청났다. 청와대에 올라온 국민청원 중에는 박상기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글들도 상당수 올라왔다.

이렇게 반발이 심했던 이유는 투기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는 답답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의 힘으로는 안정적인 경제력을 창출할 수 없는 사회구조가 맹목적인 가상통화 투자자, 일명 '코린이'들을 만들었다는 것. 일단 물가상승 대비 실질임금 증가율이 너무 낮다. 지난해 3분기까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0.3%에 불과해 미국(0.7%), 유로존(1.2%) 등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고 경제성장률이 낮은 선진국들보다도 낮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32.9%로 2012년 잠시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2015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연봉 비율은 40%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 상승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바로 나아지긴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소매업체들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영업 악화 우려로 시간제 근로자들의 고용을 꺼리면서 고용한파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또한 정규직 근로자라고해서 자력으로 내집마련이나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주택 평균가격을 알려주는 지표인 중위가격은 4억3485만원으로 도쿄보다 1억2000만원 가량 비쌌다. 비농가 도시가구의 연평균소득 4728만원을 적용하면, 연봉을 한푼도 안쓰고 숨만쉬면서 9.2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위가격 주택을 살 수 있다. 도쿄 4.7년, 뉴욕 5.7년의 거의 2배정도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만원의 작은 종잣돈으로 수억, 수십억원을 벌 수 있다는 코인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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