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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배신] 애플·인텔 스캔들…혁신→오만의 아이콘

최종수정 2018.01.09 13:31 기사입력 2018.01.05 11:30

혁신성과 자부심, 자만심으로
대중소통 실패가 기업 위기로
구글, 페북 등도 부도덕성 논란
인수합병도 경쟁자 제거 꼼수
富 편중 대표적 ICT기업 눈총
2011년 월가 시위 재현될 수도


[라스베이거스(미국)=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실리콘밸리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을까. 한 때 '혁신의 아이콘'이라 칭송받던 글로벌 ICT 기업들이 각종 스캔들에 연루되며 '공분의 대상'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가 정체 상태임에도 고도의 성장을 거듭해온 그들. 글로벌 시가총액 수위권을 장악한 그들의 부(富)가 과연 정의롭게 축적됐는가. 사람들은 의심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다. 자칫 2011년 '월가(街)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의 분노가 실리콘밸리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애플ㆍ인텔ㆍ구글…자부심이 자만감으로 = 지난해 말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고의로 낮췄다는 루머는 사실로 드러났다. '새 아이폰을 팔기 위한 꼼수'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애플은 '수명 다한 배터리가 아이폰을 갑자기 꺼지게 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선심 쓰듯 배터리 교체비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집단소송은 삽시간에 한국ㆍ이스라엘ㆍ캐나다ㆍ프랑스 등지로 퍼졌다. 국내에서만 어느새 25만명이 모였다.

 

사안이 이렇게까지 커진 건 '배터리'와 '업데이트' 등 구체적 사안의 부적절함 때문이 아니다. 애플의 조치가 일견 합리적이란 의견도 있다. 문제는 사안을 대하는 애플의 태도다. 아이폰4 안테나 이슈가 터졌을 때도 스티브 잡스는 기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안테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을 잡으면 되지 않느냐는 황당한 방법을 공개적으로 소개했다.

 

혁신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자만감을 넘어 오만함에 이른 것이다. 오만은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한다. 기술적 문제를 제기하면 트집이라고 여기고 사소한 일로 대처한다. 기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과 기대 그리고 자아상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두 시선이 충돌할 때 ICT 공룡은 고압적이거나 여론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고 이것이 기업의 위기로 이어졌다.

 

곽금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련의 논란은 실리콘밸리가 기득권 세력으로 변모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애플의 경우 마니아들을 한 순간에 우매한 소비자로 만들어버렸다. 신뢰가 컸기에 그만큼 배신도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1위 인텔 역시 20여년간 만들어온 칩 대부분에 심각한 취약성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창사 5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사안이 알려지기에 앞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주식 2400만달러(255억원)어치를 판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리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인텔 역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안일한 사안 인식을 드러냈다.

 

 

◆"실리콘밸리도 점령하라" = 대중의 따가운 눈초리는 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아마존ㆍ페이스북 등 대표적 ICT 기업에게 모두 향해 있다. 이들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점했고 빅데이터로 이용자의 일상을 지배하며 클릭과 트래픽으로 거대한 부를 쌓아왔다.

 

'프라잇풀 파이브(Frightful Fiveㆍ무서운 5개 기업)'라 불리는 이들의 시가총액 합은 3조3340억 달러(약 3547조원)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다. 이들이 성장할수록 미국 내 부의 편중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미쉘 하트너는 2011년 월가 시위가 실리콘밸리에서 터질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음을 경고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은 '실리콘밸리에 좋은 것이 꼭 미국에게 좋은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며 "거대 ICT 기업에 집중된 부를 재분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들은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가짜 뉴스'의 원천으로 지목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다"와 같은 가짜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치마트 팔리하피티야 페이스북 전 부사장은 "페이스북이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사회적 담론과 협력이 사라지고 왜곡된 정보와 거짓만 남았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글이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올바른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는 그들의 창업정신을 무색케 한 일이었다. 그러나 구글은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현대판 빅브라더에 대한 시민의 우려'를 깊이 성찰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글로벌 ICT 기업의 활발한 인수합병 행위도 도마위에 올랐다. 애초 스타트업 업계에 산소를 불어넣는 활동으로 칭송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잠재 경쟁자를 없애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음을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구글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 유튜브와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정당하지 않은 술수도 구사했다. 유럽연합(EU)은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정보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억1000만유로(약 1406억원)를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과 이용자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혁신은 인류를 위한 것인가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인가 = 거대 ICT 기업으로 쏠린 부와 정보는 사생활 침해ㆍ정치 갈등을 넘어 인류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강자 아마존은 의류ㆍ식품ㆍ의약 부문 등 60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하며 오프라인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마존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아마존의 인력은 전년 대비 40% 가량 늘었지만 지난해 미국의 소매점 8640개가 문을 닫았고 식료품점에서만 1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1위 서점 반스앤노블은 위태롭고 2위 보더스는 폐업했다.

 

아마존은 2016년 로봇 4만5000대에 이어 지난해 7만여대를 도입했다. 아마존이 더 많은 로봇을 도입할수록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지난 1년간 아마존 주가는 주당 757달러에서 1204달러로 약 60% 상승했다. 미국 IT전문매체 쿼츠는 "로봇 자동화는 효율성과 성장을 촉진해 투자자를 기쁘게 한다"고 했다. 아마존과 로봇 개발업체들의 관심사는 더 효과적으로 일자리를 없앨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돼 있다. 실리콘밸리는 위태로워 보인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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