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일등공신' 배넌 폭로에 "미쳤다"

스티브 배넌 (AP Photo/Alex Brandon, File)<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극우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대표인 배넌이 지난 2006년 트럼프 대통령 아들과 사위 등과 러시아 정보원이 만난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반역적이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3일(현지시간) 전격 공개되면서다.

이날 영국 가디언지는 미 언론인인 마이클 울프가 곧 내놓을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라는 신간에 실린 배넌과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 보도했다.

배넌은 이 인터뷰에서 "2016년 6월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트럼프 맏아들)와 재러드 쿠슈너(트럼프 사위), 폴 매너포트(당시 캠프 선대본부장),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을 흠집 낼 정보를 주겠다고 접근해온 러시아 정보원들 사이에 이뤄진 회동은 반역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캠프의 선임자 3명이 트럼프타워 25층에서 변호사도 없이 외국 정부 측 인물과 접촉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설사 그게 반역이나 비애국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더라도, 다른 건 몰라도 FBI(연방수사국)를 즉각 불렀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배넌이 말한 트럼프타워 회동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핵심 조사 대상이다. 배넌의 발언은 트럼프타워 회동이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즉 '러시아 스캔들'의 현장임을 주장한 셈이 된다.

배넌이 지목한 3명 가운데 매너포트는 이미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 측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미쳤다" "쓰레기 같은 책"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야당이라고 부르는 언론과 전쟁을 하는 척한다"며 "그러나 그는 자신을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도록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유출하면서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게 그가 잘하는 유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스티브는 나와 일대일 만남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나에 대한 접근이나 정보 없이 거짓된 책들을 쓰는 몇몇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영향력을 가진 척한다"며 "스티브는 나 또는 나의 대통령직과 무관하다. 그는 해임 당시 자신의 직업을 잃었을 뿐 아니라 미쳤다"고 비꼬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는 잘못되고 오도된 설명을 소식통으로 한 쓰레기 같은 타블로이드 픽션"이라고 깎아내렸다.

매너포트에 이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좌장을 맡았던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과 인종주의의 배후에 있던 '트럼프 정권의 설계사'로 불렸던 인물로,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의 대표 출신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실세로 불렸으나 외교 노선 등을 놓고 쿠슈너 고문과 갈등을 빚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됐다. 지난 8월 경질돼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해왔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