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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되살릴 百年路]재벌개혁 가속도…'기업 지배구조'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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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는 기업만들기

공정위,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압박
롤모델 삼고 있는 서구 지배구조
역사적·제도적 환경 따라 영향


한국서 비판받는 대기업 집단
세계 각국 기업들 소유구조 형태


순환 출자구조 역시 역사적 산물
韓 자본주의 발달과정서 이해해야


[경제 되살릴 百年路]재벌개혁 가속도…'기업 지배구조'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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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집단에 대한 공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공연히 "재벌을 혼내주고 왔다"라는 말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비록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으나 그의 머리속에 반대기업 정서가 얼마나 뿌리깊이 박혀있는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공정위는 연말까지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는 등 연일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전담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신설, 지난해 11월부터 대기업 집단 소속의 공익 재단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국회에는 지주사 전환을 까다롭게 하는 상법 개정안도 계류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공약 사항인 노동이사제를 도입,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 주려하고 있어 찬반 논란도 뜨겁다.

◆기업 지배구조, 각국 역사와 제도 영향 아래 발전=이같은 일련의 작업은 모두 대기업, 특히 재벌의 지배구조를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외환위기 이후 진보 진영 사회운동가나 학계는 한국 대기업 집단 문제의 모든 것이 소유지배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유지해 왔다. 이들은 정부가 이에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일부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도입이나 독일식 노동이사제를 마치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장악한 진보 진영 학자들이 자신들의 이론과 주장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이나 학자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서구의 기업 지배구조 역시 각국의 오랜 역사와 제도적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이지 '글로벌 스탠다드'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흔히 얘기하듯 '기업의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산업-금융 분리와 강력한 반독점 정책이 시행됐으며 이에 따라 소유구조가 분산되고 강력한 경영자가 탄생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 경영자를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해서 탄생한 것이 주주자본주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은행들이 지배적 주주로서 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노사정 대타협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조합주의 영향을 받아 노동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한국에서 '후진적'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 집단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기업 형태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도요타의 경우 계열사와의 상호 지분 보유에 의해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 중 소니, 도시바, 히타치, 오릭스 등 일부는 영미식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전환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 경영 구조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면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국내 움직임과 달리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지배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 또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1주1표주의'와 다른 형태의 의결권이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영국과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장 대기업의 과반수가 25% 이상 의결권을 가진 지배주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DMGT, 덴마크의 노보 노르디스크,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 이탈리아의 텔레콤이탈리아그룹 등은 피라미드시스템, 순환출자, 차등의결권 등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고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출자ㆍ지주사 전환, 韓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이해해야=한국 대기업 집단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순환출자도 사실상 역사적 정치적 산물이다. '쥐꼬리 만한 지분으로 거대 기업을 지배한다'는 비판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과거 정부 정책의 산물이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은 기업 공개에 관한 대통령 특별지시를 통해 기업 상장을 적극 유도했다. 기업 이익을 대중화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을 통해 투자와 성장을 지속한다는 명분이었다. 정부는 소유권 분산에 대한 기업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영권 보호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창업주나 가문의 지분은 점차 축소됐다.

지주회사 제도만 해도 우리나라는 1987년 이후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해왔다. 지주회사 제도가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이후 위기 재벌의 방만한 기업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1994년 지주회사 제도를 허용하게 됐다. 이후 LG그룹을 필두로 재계가 잇달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다시 총수 일가의 경영 승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이유로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순응했을 뿐인데 오히려 정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 등 특정 국가에서 단일 기업, 전문 기업 중심의 체제가 지배적이라고 해서 그것을 선진 규범으로 삼고 좇아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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