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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과 수도]①대사관은 꼭 그 나라 수도에 있어야만 할까?

최종수정 2017.12.07 10:40 기사입력 2017.12.07 10: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재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이미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며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미국의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고 밝히면서 중동 전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전역을 점령, 실효 지배중인 도시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국 대사관도 텔아비브에 위치해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반발하는 이유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수도 인정 부분보다는 '대사관 이전' 문제 때문이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면서 대사관 이전문제는 유예하는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사관 이전 지시까지 함께 나왔던 것. 대사관 이전은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한다는 의미라 향후 다른 나라의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들의 이전문제와도 얽히게 된다. 복잡한 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기 때문에 역대 미국 정권들도 모두 유예해왔던 문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을 한 셈이다.

대사관과 수도인정 문제가 연결되는 이유는 한 나라의 주재 외교공관인 대사관이 그 나라의 수도에 위치해야한다는 원칙이 국제외교에서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같이 특수한 상황의 경우에 한해서는 수도가 아닌 지역에 대사관이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로, 각국 대사관이 수도인 암스테르담이 아니라 헤이그에 있다. 이는 헤이그에 네덜란드 행정부가 위치해 있고 실질적인 수도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에서 대사관을 헤이그에 설치했다.

이스라엘의 경제수도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 (사진=EPA연합뉴스)

좀더 특수한 상황에 놓인 곳은 '바티칸 시국'이다. 로마교황청이 위치한 바티칸의 경우엔 면적이 좁아서 바티칸 내부에 대사관을 설치할 자리가 없다보니 로마시내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주이탈리아 대사관이 바티칸에 대한 업무를 겸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티칸의 영향력을 고려해 많은 나라들이 주바티칸 대사관을 로마에 따로 둔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이탈리아의 바티칸 주재 대사관이 이탈리야 영토인 로마시내에 있다는 점이다. 외교공관이 자국 내에 위치한 아주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이스라엘과 비슷하게 명목상 수도가 분쟁지역에 놓이면서 대사관이 다른 도시에 위치했던 나라는 통일 전 서독을 들 수 있다. 당시 베를린은 2차대전 이후 동서로 분단, 서독이 통치하는 서베를린과 동독이 통치하는 동베를린으로 분리됐었다. 통일 전에도 서독의 명목상 수도는 서베를린이었지만, 베를린시가 동독 영토 내부에 위치해 있다보니 사실상 육지의 섬으로 따로 분리돼있던데다, 동독 정부가 그 유명한 '베를린 장벽'까지 쌓아 도시를 둘러싸버리면서 각국 대사관은 통일 전 서독의 실질 수도인 본(Bonn) 에 위치해 있었다. 통일 이후엔 대사관들이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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