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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안 쉬어져요, 빨리 좀 구해주세요"…긴박했던 2시간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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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에어포켓속 생존자-구조대간 통화 내역 공개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영흥도 낚싯배 선창1호

[이미지출처=연합뉴스]영흥도 낚싯배 선창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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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3일 오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고 당시 선내 에어포켓 생존자 3명의 구조 과정에서 구조당국과 생존자간 오갔던 통화 내용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오전6시5분께 급유선과 추돌한 후 뒤집혀 물이 차오르는 선내에 2시간40여분간 갇혀 있던 생존자들은 희박해지는 산소 탓에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에서 "빨리 좀 구해달라"며 비명을 질렀다. 해경은 이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한편 손으로 벽을 두드리도록 유도하고 구체적인 선내 위치를 확인했다. 생사가 오간 2시간 40여분 간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 보자.

사고 당일 오전6시께 영흥도 진두항에서 출항한 낚싯배 '선창1호'는 5분쯤 후 영흥대교 인근 협수도에서 급유선 15명진호와 추돌해 침몰했다. 이 과정에서 심모씨를 비롯한 3명의 승객이 뒤집힌 배의 선창쪽 객실에 형성된 에어포켓에 갇히면서 생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즉시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승객들과 달리 에어포켓 속에서 2시간40여분간 버티면서 해경 측과 총 11차례 1시간 30분 가량 전화 통화를 주고 받았다.
이날 해경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은 총 11회의 통화 중 2번째, 7번째, 8번째, 9번째, 10번째, 11번째 등 6회다.

통화내용을 살펴 보면 사고 발생 27분가량 지난 오전6시32분 이뤄진 통화에서만 해도 생존자들은 크게 당황하거나 겁을 먹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씨는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말하지만 해경 측에 먼저 제안해 핸드폰으로 자신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해경측 전화 번호로 송신하는 등 이성적인 대처를 하고 있었다. 심씨는 당시 "아니면 위치, 우리를 보내드려요 못 찾으면?"이라고 말했고 해경 측의 전화 번호를 요구해 위치도를 전송했다.

사고 발생 48분이 지난 오전6시53분께 이뤄진 8번째 통화에서부터는 생존자들의 마음이 다급해지고 있는 정황이 엿보인다. 이때 119에 먼저 전화한 생존자 심씨의 첫마디는 "여보세요, 살려줘요"였다. 심씨는 또 해경 측이 "명진호가(구조를 위해) 선생님 배에 다왔거든요"라고 말하자 "그게 아니라 해경이 와야지"라고 말한다. 심씨는 또 "3명이 갇혀 있어요, 선수 쪽으로 와서 바로 구해주세요"라고 계속 호소했다. 해경 측은 심씨에게 구조를 위해 접근한 어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선체를 두드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심씨는 "(어선 선장이)여기 들어 올수 없잖아요"라고 말하며 전화 통화가 끊어지고 말았다.
당시 에어포켓 속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생존자들의 의식 조차 희미해지고 있었던 긴박한 상태였다는 추정이 가능한 정황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선창1호 구조상황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선창1호 구조상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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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심씨는 오전7시9분께에도 119 전화를 걸어 연결되긴 했지만 곧 끊어졌다.

오전 7시12분23초에 연결된 10번째 통화 녹취록에서도 선내 생존자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심씨는 물이 얼마나 찼는 지 묻는 해경의 질문에 "많이 찼서"라고 답했고, 3명 다 호흡 의식 있냐는 물음엔 "숨 안쉬어져요"라고 말했다.

이어 오전7시42분7분부터 시작돼 구조가 완료된 오전8시48분까지 진행된 11번째 통화는 가장 극적이다. 인천구조대의 잠수 선내 수색이 본격화돼 생존자들이 구조되기 직전의 59분59초 동안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경 측 구조대원들은 잠수 후 선내 수색을 시작하면서 심씨 등 생존자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통화를 시작했다. 해경 측은 전화를 걸어 온 심씨에게 "지금 구조대가 도착해가지고 그쪽의 타격 신호를 듣고 잠수작업을 하고 있다"며 확인되냐고 물었다. 그렇지만 심씨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채 "선수…"라고 말한 뒤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호소했다. 당시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생존자들이 계속 벽을 두드려가며 구조대를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해경 측은 "선생님 저희 지금 바로 앞에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가지고요 잠시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라고 말하는 등 심씨를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심씨는 계속 지체되고 있는 구조작업에 지친 듯 "먼저 좀 구해주세요", "(신고한 지)1시간 반 됐는데", "1시간...됐는데 이따구로(이따위로) 해요" "너무 늦는다고요"라는 등 분통을 터뜨린다.

해경 측은 이에 "지금 다행히 물이 빠지는 시기여서 물이 더 차지는 않을 거예요. 조금만 더 힘을 내셔서 기다려 주세요"라며 심씨를 안심시켰다.

해경은 또 심씨와 이모, 정모씨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같이 계신 이, 정 선생님이 아직까지 호흡이 괜찮으시면 수화기 두번만 쳐주세요"라고 요구했고, 심씨는 이에 응답하고 선체를 계속 두드리는 등 힘을 냈다.

그러나 계속 구조가 지체되자 심씨는 다시 "전화한 지 2시간이 됐는데요"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한때 통화 도중 심씨는 구조대의 말소리를 들은 후 "여기요 여기!" "말소리 말소리"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기다렸던 구조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심씨는 "빨리 좀 와주세요", "두시간 됐는데"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 직후 구조대는 오전8시41분에 이들이 갇혀 있던 선실에 진입한 후 약 8분에 걸쳐 심씨 등 3명을 순서대로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극적으로 구조됐던 당시 상황에 대해 심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밖에 햇빛이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고 그때 구조됐다"고 증언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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