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따라라라라라 딴딴따라라~.”
23일 오전 8시 4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 교문 앞.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교문 앞에서 응원하던 후배학생들, 교사, 학부모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전 7시께부터 이동중에 580여명의 수험생들이 들어섰다. 이들은 당초 북구 포항여고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었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시험장이 이곳으로 바뀌었다.
평소 익숙한 북구가 아닌 남구에서, 그것도 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수험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전날 밤까지 이어진 여진에 피로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22일 오후 10시 15분께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규모 2.0의 여진이 났다.
그럼에도 수험생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후배들의 응원엔 웃으며 화답했다. 세명고 3학년 김하경(19)양은 “모든 수험생들이 떨지 않고 시험 잘 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동지여고 3학년 김은정(19)양은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김양은 “전날 수험표를 챙기지 못해 본교에 다녀오느라 경찰차 신세를 졌다”면서 “다들 편안하게 시험을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응원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큰소리에 민감한 포항 수험생들을 배려해 북이나 꽹과리는 없었다. 동성고, 중앙여고, 세명고 등 1~2학년들은 “파이팅” “수능대박”을 외치며 힘을 줬다. 동성고 1학년 김지수(17)양은 “언니들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텐데 힘내고 시험 잘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장아영(18)양은 “모두 수능대박 나고 앞으로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교사와 학부모도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포항예술고 문양일(46) 교사는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책이 손에 안 잡히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좋은 성적 내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장성고 3학년 박지현양의 아버지 박동서(50)씨는 “모의고사 보듯이 시험을 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지난 10일부터 수능을 보러 포항에 온 뒤 보름가까이 객지 생활을 한 울릉고 수험생 34명도 이날 남구 포은중과 이동중 두 학교에 입실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수험생들은 시험을 마친 뒤 해병대 청룡회관에 모여 가채점 할 예정이다. 배편이 마련되는 대로 울릉도로 돌아간다.
한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포항교육지원청에서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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