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이겨내고 교재 다시 펴고 모의고사 풀며 '열공모드'
[포항=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문제원 기자]역대 2위인 규모 5.4의 지진으로 집이 난장판이 돼 친척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포항 유성여고 3학년 A(19)양은 17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집에 들러 참고서를 챙겨 나왔다. A양은 “지진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수능이 다 끝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수능이 미뤄진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전날까지는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여진이 이어져 책 한 번 펴지 못했다”고 말했다. A양 집은 지진으로 책꽂이 등이 넘어져 아수라장이 됐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 지진 공포를 이겨내고 다시 펜을 들었다. 포항에서 수능을 치를 예정인 수험생은 4300여명에 달한다.
포항에 사는 또 다른 수험생 B(19)군은 18일 “수능이 한 주 미뤄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서울 등 다른 지역 수험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각자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B군은 이어 “독서실에 가서 모의고사 1회분을 풀고 오려고 한다. 월요일(20일)부터 다시 등교할 예정인데 친구들을 만나면 좀 더 위로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 16일 경북교육청이 포항 지역 수험생 전원을 상대로 긴급 휴대전화 설문을 한 결과 80% 이상이 포항에서 시험을 치르기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숙한 지역에서 시험을 봐야 마음이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포항 이외 지역에서 시험 볼 경우 아침 일찍 또는 전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르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포항 곳곳에서 각종 피해 신고가 이어지면서 부상자와 건물 균열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부상자 수는 80명으로 전날보다 5명 늘었다. 공장 피해 76건이 새로 확인되면서 민간시설 피해 건수도 1322건으로 증가했다.
학교 건물 균열(218건)과 면사무소·공원시설 균열(46건), 포항항 항만시설 내 부두 콘크리트 파손(23건), 국방시설(82건), 문화재(24건) 등 공공시설 피해도 전날 400건에서 449건으로 늘었다.
대책본부는 이날까지 경찰과 군인, 소방, 자원봉사, 공무원 등 총 1만2990명과 장비 112대를 투입해 응급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체 1771개 복구 대상 중 1221개에 대한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 이후 현재까지 52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는 전국에서 9346건 접수됐다. 정부는 피해자 심리회복 지원에 나서는 등 이재민 건강을 챙기는 한편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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