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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한복판에서 ‘길빵’…외국인 관광객 흡연 ‘골머리’

최종수정 2017.11.11 07:30 기사입력 2017.11.11 07:30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최근 서울 중구 명동을 방문했던 직장인 이모(31)씨는 길을 걷다 숨이 ‘턱’ 막혔다. 앞서가던 외국인의 속칭 ‘길빵(길거리 흡연)’ 때문이었다. 주변의 수많은 시민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봤지만 해당 외국인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씨는 “명동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보행 흡연을 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무분별한 금연구역 내 흡연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최다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며 외국인 흡연에 대한 민원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오는 11일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마땅한 단속 수단이 없는 담당 기관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일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바닥엔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식의 칠이 벗겨져 있다.

7일 오후 6시, 명동은 평일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10여명의 단체관광객 무리가 가이드의 지시에 멈춰 섰다.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진 듯 했다. 일부는 화단에 걸터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일부는 근처에서 흡연을 했다. 문제는 이들의 흡연 장소가 금연구역이란 것이다. 금연을 알리는 표시가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이를 의식하는 관광객은 없었다. 가이드조차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이들에게 한국어과 영어로 번갈아 말을 걸어 보았지만 못 알아듣게 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옮겼다.

명동 골목 곳곳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쉽게 목격됐다. 특히, 상점 입구 바로 옆에서 쪼그려 앉아 흡연하는 관광객이 많았다. 이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로 상점들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상점 유리창엔 ‘금연구역’이란 표시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명동의 한 의류매장 종업원은 “매장 안으로 담배 연기가 들어와 손님들이 인상을 찌푸릴 때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괜히 말을 잘못했다 매출이 줄어들까 제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7일 명동의 한 상점 입구 옆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흡연은 경복궁과 덕수궁 등 문화재 내에서도 이어진다. 고궁은 문화재법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의 위험도 있어 흡연은 절대 금지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단속의 눈을 피해 곳곳에서 흡연을 했다. 덕수궁 관계자는 “가끔 시민이 외국인 관광객의 흡연 민원을 넣기도 한다”며 “수시로 흡연 단속을 나선다”고 말했다. 경복궁의 경우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여행업협회에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금연 홍보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리 당국은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단속에 나서면 ‘한국말을 모른다’며 잡아뗀다”며 “과태료를 부과 하더라도 이의신청 기간 60일 안에 출국하면 그만이고, 강제 징수 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내국인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 지역 등 금역 구역에서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에 과태료 미납 시 출입국 제한을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에서 벌금 미납으로 인해 출입국 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금액은 1000만원 이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관계자는 “과태료 미납 시 출입구 제한조치와 관련해 법무부와 논의를 했지만 결국 불가능 한 것으로 판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싱가포르, 캐나다 등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 준수가 엄격하다고 알려진 나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지금은 적극적으로 계도를 해나가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다양한 표지가 부착 돼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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