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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생태계가 유니콘 키운다]<5>실패를 포용하는 벤처생태계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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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패가망신' 굴레 벗어난 재도전을 허하라

해외벤처 CEO 평균 실패경험
美 2.8·中 2.8, 韓 1.3회로 적어
창업자 연대보증 폐지 확대
과점주의 2차 납세의무 폐지 등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허용·제도적 포용 절실


[벤처생태계가 유니콘 키운다]<5>실패를 포용하는 벤처생태계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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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두 차례 대학 입시 낙방, 세 차례 창업 실패, 여덟 차례 파산, 실패전문가라는 낙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프로필이다. 마윈은 자신의 '실패사'를 자랑스레 떠든다. 1992년 사무실 월세의 반도 내지 못해 문을 닫아야 했던 통번역 서비스 기업 '하이보 번역사', 1995년 중국 최초의 인터넷기업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내 사라진 '하이보 네트워크'. 마윈은 이 실패한 기업들로부터 얻었던 경험 위에서 시가총액 약 4690억달러(약 523조원)의 알리바바를 키워냈다. 마 회장은 "가장 큰 실패는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패를 경험삼았던 마윈 개인과 재도전의 기회를 열어둔 중국의 기업환경 덕분이었다.

창업 생태계의 마지막 조각은 '재도전'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명제의 사회적 허용과 제도적 포용이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각박하다. 두 번의 기회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IMF와 벤처버블 붕괴를 거치며 '사업 실패=패가망신'이라는 등식이 여전히 한국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2014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실패경험은 중국 2.8회, 미국 2.8회다. 반면 한국은 1.3회다. 두번째ㆍ세번째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창업가들도 지쳐 쓰러져 포기하고 마는 것이 한국 벤처의 현실이다.
국내 재도전 기업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신용불량자'란 꼬리표다. 재창업을 하고 싶어도 정책자금 신청 시 개인회생, 공공정보기록(세금체납)자 등은 신청자격이 없다. 회생절차를 졸업하더라도 국책 금융기관조차 추가 신용 제공을 하지 않는다.

한국 벤처 시장은 창업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아 창업기업인의 경제적 부담이 과도하게 큰 구조다. 즉 기업 파산이 곧바로 개인 파산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창업 자금 조달은 창업자 개인 리스크가 높은 '융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기부의 '2016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신규자금 조달방법은 정부 정책지원금(36.9%)과 은행 등 일반금융(23.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벤처캐피탈 및 엔젤투자는 0.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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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따른 혹독한 대가는 새로운 창업을 가로막는다. 한국무역협회가 2015년 한ㆍ중ㆍ일의 수도권 소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창업장애요인으로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은 38%, 중국은 17.8%, 일본은 25.3%를 기록했다. 한국 대학생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1위로 꼽은 반면 중국과 일본은 '창업할 아이템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창업 장애 요인 1위로 나타났다.

제도적으로는 창업자의 연대보증 폐지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창업 5년이내 기업의 경우 연대보증 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의 경우 창업 7년까지 연대보증을 면제해 창업단계를 넘어 성장단계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점주의 2차 납세의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인이 조세를 내지 못할 경우 법인의 대주주 등 과점주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2차 납세의무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에 한해 폐지해 보유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고 재도전 기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은 "원활한 재창업 환경을 강조하기 앞서 폐업할 때 리스크를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망 정책이 함께 마련해야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재기 기업인에 대한 '성실경영 평가제도'를 도입해 재창업자가 실패한 기업을 분식회계ㆍ고의부도ㆍ부당해고 등 없이 성실하게 경영했는지 평가한 뒤 옥석을 가려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일 발표한 '혁신 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통해 창업 실패에 따른 부담은 낮추고 재도전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도 내년 상반기 전면 폐지한다. 대신 도덕적 해이 방지 보완책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창업후 실패한 경험까지도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축적되도록 재기와 투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벤처기업계에서는 나아가 실패 기업인의 긴급자금 마련을 위한 금융지원과 신용불량 구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허영구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성실실패자에 한해서는 신용불량 구제 정책이 즉각적으로 필요하다"며 "실패 경험을 사회적ㆍ산업적 경험치로 치환하는 과정이 있어야 혁신 창업 생태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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