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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中·日, 트럼프에 '조공·스킨십 외교'‥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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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국제부장] 말도 말고 탈도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아시아 순방이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핵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역내 평화를 유도해야 하는 의미있는 순방이다.

이번 순방 시점은 극히 민감하다. 일본의 중의원 총선거, 중국의 19차 공산당대회를 통한 시진핑 2기 체제 출범이라는 중차대한 이벤트가 마무리된 직후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순방이 북핵사태 해결이라는 목표는 일부에 그치고 미국, 중국, 일본의 필요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한 이벤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순방 발표 시점 역시 그들의 뜻대로 진행됐다. 중국의 당대회 개최 이틀 전, 일본 중의원 선거 6일 전이다. 중국은 시주석 체제 2기 출범의 축하선물로 여길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총선 승리와 개헌선 확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이다. 그야말로 중국과 일본의 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택일이다. 반면 우리는 방문 시점에 특별한 의미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방미했고 미국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다녀갔다. 일본과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아사 다로 부총리가 경제대화를 진행하며 밀당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고 받는 비즈니스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낼 것이 많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이미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줄 것은 무엇인지를 철저히 계산하고 움직였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국이 일본에 자유무역 협정(FTA) 체결을 꺼내들은 게 그 예다. 일본은 올게 왔다는 반응이다.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중국 역시 해외기업과의 합작투자시 지분 한도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외에도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을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트럼프 정부와의 외교에서 앞서가고 있다. 중국을 손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주석과 회담 후 그를 추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뉴욕으로 날아갔던 아베 총리도 선물 보따리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한 아베 총리는 북핵을 무기로 선거 압승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는 선물까지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시 북한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겠다는 것은 아베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가 프로골퍼까지 동원한 골프라운딩 접대를 준비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부도 마다하지 않는 주도 면밀한 모습으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입장만 곤란해 지고 있다. 국내 체류 시간에서도 일본에 밀린데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넬 선물리스트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라는 부담만 안고 있다.

자칫 국회 연설에서 지나친 막말로 북한과 한국의 자존심을 자극할 경우 오히려 긴장만 악화시킬 수도 있다. 미국 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 결과 한국인의 트럼프 대통령 신뢰도는 17%에 불과하다. 조그마한 실수로도 큰 파장이 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순방시 상당한 논란거리를 만들어 왔다. 상대국 정상을 밀치고 영부인을 희롱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아시아 정세 속에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것이 진정한 평화가 아닌 조공이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각국의 정세를 반영한 흐름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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