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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문지’의 새 시집 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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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탄생하라=이원은 ‘애플 스토어-밤낮-쇼룸-큐브-밤낮없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 장에 시 예순한 편을 묶은 이번 시집에서 삶에 내재한 죽음과 고독의 심연을 외면 없이 직시한다. 그러면서 미완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충만한 아이들의 천진함에 기대어 현실의 조건과 물질적 속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상상과 자립적 이미지를 그려내 보인다. 더욱이 현실 속의 아이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지극한 슬픔과 절망, 고독으로 침잠하게 되는 그 순간에 아이들의 순결함과 천진함을 그 곁에 놓아두는(‘아이-단추-콩알’) 자신만의 시적·언어적 방식으로 깊게 애도한다. 그리고 이 슬픔의 경계를 지나 새로운 꿈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사랑의 가능성을 노래하고 있다.


◆오늘은 잘 모르겠어=심보선은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 운동의 현장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은 시집 속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곤 한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죽은 소년에 대한 시 ‘갈색 가방이 있던 역’,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룬 ‘스물세 번째 인간’ 등에서 잘 드러난다. 끊이지 않는 삶의 슬픔과 고통, 어둠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시인은 슬픔 사이 찰나의 순간, 눈앞에 없는 것들의 존재를 포착해내고 불행한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긍정적 결말을 끌어낼 수 있는 언어를 풀어놓는다. 불행이 꼬리를 물고 따라와도 우리가 서로에게 바통을 쥐어주듯 서로에게 가닿을 수 있다면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서로가 서로의 말에 닿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불행으로만 점철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시를 통해 전하고 있다.


◆사랑은 우르르 꿀꿀=장수진의 첫 시집. 등단 후 5년 동안 쓰고 다듬어온 시 예순아홉 편의 시를 총 6부에 걸쳐 묶어냈다. 등단 당시 시인은 “자기 내면에 도사린 퇴폐와 파멸의 징후를 거침없이 발산하며” “한국 시에 또 다른 ‘마녀’의 출현을 예고”했다. 또한 “그의 시에 내재된 요설의 형식과 거친 리듬은 시대를 조롱하며 비극적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토해내는 자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며, 그러한 목소리가 갖기 마련인 강한 마력으로 독자를 자기 세계로 이끄는 형용키 어려운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문학평론가 이광호·강계숙)라는 평을 받았다. 시집에는 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와 대화 들이 도드라진다. 동네 스탠드바의 화재로 인생의 시시함을 깨달은 소녀(‘자양3동 미네소타’), 골방에 틀어박힌 할머니를 인도하는 자타살 협동조합(‘봉지 언니의 스피드’), 맥줏집에서 노가리를 찢으며 혁명을 강조하는 선배(‘장성익 선배’), 중년에 이르러 삶에 지쳐버린 (만화영화 ‘둘리’의) 희동이(‘고희동’), 폭염 속에 쉰 김밥을 먹으며 광주민중항쟁을 재연하는 아르바이트 배우들(‘폭염 속에서’) 등. 이렇게 전시된 모순들은 간단히 비웃어지지 않고 저마다 짊어진 삶의 근원적 슬픔과 공포로 집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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