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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등 새 시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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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정숙자 지음/파란)=정숙자는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시인이다. 그는 끊임없이 읽는다. 들뢰즈, 만해, 미당, 보들레르, 보르헤스, 소월, 아쿠타가와, 연암, 융, 청마, 춘원, 카프카, 헤세, 릴케, 붓다, 예수, 백석, 이상, 니체, 칸트…. 그들은 시인에게 ‘무덤마저 지워진 종친들’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들의 무덤 앞에서 상복 입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선언한다. “죽기 전에 죽어라 그리고 압도하라”.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은 이 정언명령의 시적 실천이다. “‘운명’을 읽었어야 했는데 ‘운명’을 살기만 했구나”. 시인 이현승은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새로움이 그녀가 무수한 생각과 생각과 생각과 생각을 생각시키면서 얻고자 하는 지고한 목표지만 “새로움은 ‘이미’에게 포위”(?굿모닝 천 년?)되어 있을 뿐이다. 새로움은 언제나 어리석음에서만 건널 수 있는 피안이다. 어리석음이란 지혜를 가까이 하려는 자의 항상적 태도이다. 바보를 자처하는 자들을 보라. 그 형상은 저 장자의 산목(山木)처럼 굽어 있다. 그리고 그 굽음은 마치 뜨거운 불판 위를 지나가는 환형동물의 “과잉곡선”(?과잉곡선?)을 닮았다. 정숙자의 시들은 철학적 높이로 들려져 있지 않다. 철학적 깊이로 고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철학적 높이란 바로 “오른발이 타 버리기 전/왼발을 내딛고”(?살아남은 니체들?) 가야 하는 뜨거운 보행으로 바꾸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멍만 남은 도넛(조민 지음/민음사)=시집 『구멍만 남은 도넛』은 세계의 불행과 폭력을 달게 삼키며 냉랭한 시적 거리감을 쓰게 뱉는 익명의 체험담들이다. 200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조용한 회화 가족 No.1》로 지리멸렬한 일상을 세계를 전복시키는 블랙코미디로 반전시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 시집은 대상과의 거리감을 유지한 채 감동과 연민이 없는 냉랭한 어조로, 관계의 폭력성을 응시한다. 조민의 시 ‘쓰기’는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가족에서 세계로, 내러티브를 변주하며 세계의 불행과 폭력을 견디는 익명의 체험담이 된다. 시인 김상혁은 추천사에 “어쩌면 글쓰기는 최고로 불행한 자를 그가 속한 불행한 세계로부터, 불행한 세계가 초래하는 허무주의로부터 매번 아슬아슬하게 구원해 낸다. 시의 힘이 이것이다. 그녀의 시는 섣부른 감동이나 자기 위로를 꾀하지 않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쓰고 있음’을 철저히 의식하는 방식으로, 세계의 불행과 폭력을 견딘다”고 썼다.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이연주 지음/문학의전당)=대구에서 태어나 2008년 계간 《문장》 으로 등단한 이연주의 두 번째 시집. 따뜻하고 온온한 풍경에 언어라는 채색을 더해가는 시들을 엮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매듭을 이끌고 주변 곳곳을 서성이는 시인은 마치, 오래된 붓처럼 온몸을 밀고 나가며 새로운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 풍경 속에 고여 있는 가족사, 자연 풍경 그리고 투명한 색깔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인이 시편마다 데리고 가는 곳엔 촘촘한 묘사와 따스한 시선으로 잠시 지친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색깔이 계절을 베끼듯, 계절이 색깔을 입어 비로소 계절이 되듯 아름다운 회화 속에서 힘껏 돋아나는 시인의 이야기가 귀하게 느껴지는 시절이기도 하다. 추억의 곳간에서 꺼내온, 아직은 세상에 내놓지 않은 색깔이 남아 있기에 시인은 계속 쓴다. 언제 어디에 놓여도 채색할 수 있는 시인의 시선 속에 우리가 만나보지 못한 세계가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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