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이 그녀가 무수한 생각과 생각과 생각과 생각을 생각시키면서 얻고자 하는 지고한 목표지만 “새로움은 ‘이미’에게 포위”(?굿모닝 천 년?)되어 있을 뿐이다. 새로움은 언제나 어리석음에서만 건널 수 있는 피안이다. 어리석음이란 지혜를 가까이 하려는 자의 항상적 태도이다. 바보를 자처하는 자들을 보라. 그 형상은 저 장자의 산목(山木)처럼 굽어 있다. 그리고 그 굽음은 마치 뜨거운 불판 위를 지나가는 환형동물의 “과잉곡선”(?과잉곡선?)을 닮았다. 정숙자의 시들은 철학적 높이로 들려져 있지 않다. 철학적 깊이로 고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철학적 높이란 바로 “오른발이 타 버리기 전/왼발을 내딛고”(?살아남은 니체들?) 가야 하는 뜨거운 보행으로 바꾸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멍만 남은 도넛(조민 지음/민음사)=시집 『구멍만 남은 도넛』은 세계의 불행과 폭력을 달게 삼키며 냉랭한 시적 거리감을 쓰게 뱉는 익명의 체험담들이다. 200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조용한 회화 가족 No.1》로 지리멸렬한 일상을 세계를 전복시키는 블랙코미디로 반전시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 시집은 대상과의 거리감을 유지한 채 감동과 연민이 없는 냉랭한 어조로, 관계의 폭력성을 응시한다. 조민의 시 ‘쓰기’는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가족에서 세계로, 내러티브를 변주하며 세계의 불행과 폭력을 견디는 익명의 체험담이 된다. 시인 김상혁은 추천사에 “어쩌면 글쓰기는 최고로 불행한 자를 그가 속한 불행한 세계로부터, 불행한 세계가 초래하는 허무주의로부터 매번 아슬아슬하게 구원해 낸다. 시의 힘이 이것이다. 그녀의 시는 섣부른 감동이나 자기 위로를 꾀하지 않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쓰고 있음’을 철저히 의식하는 방식으로, 세계의 불행과 폭력을 견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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