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커다란 기업과 재벌의 최대주주에 대해서도 오너라는 표현이 거리낌없이 쓴다. 그리고 그 표현에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너 마음대로'라는 말까지 쓰이는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기업소유 및 지배구조가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드러내주는 슬픈 방증이다.
얼마전 네이버와 넥슨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이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겨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57개나 되는 기업집단이 같은 범주로 묶여있으니 그다지 뉴스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묶인 점, 특히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른바 '동일인'으로 지정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네이버는 지배 및 소유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나름 크게 노력해왔다. 적지 않은 재벌기업이 소수지분으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순환출자구조와 같은 편법을 동원하는 것에 비하면, 소수지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길을 선택한 이해진 GIO의 선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해진 GIO가 총수 혹은 오너로 공인되었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네이버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훼손할 여지도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저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나가 불투명한 경영관행이고, 그 원인으로는 총수 전횡이 꼽히곤 한다. 네이버 역시 총수가 전횡하는 기업이라는 정부 인증으로 해석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미 존재하는 제도적 장치이고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인데 네이버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공정위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제도의 목적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이미 존재하는 제도 틀로만 해석하는 안이함은 없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의도와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와 제도겠지만, 처음 생겨날 때는 고려하지 못한 사회적ㆍ기술적 변화가 발생한다면 이에 맞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제도 변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적용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수렴과 토론을 통해 실행상 유연함을 추구하는 것만이라도 필요하다. 공인된 '재벌' 네이버와 '총수' 이해진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하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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