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김영란법 1년①]접대비 줄었다지만…경기불황 속 내수 침체 '직격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저녁마다 텅텅 빈 고급 식당가
분기당 기업 평균접대비 2100만원 감소
저성장 기조 속 내수경제 '악영향'…소비 지표 부진
한식일식 카드 사용액 7% 감소…가계 90% 선물 비용 감소

(사진=아시아경제 DB)

(사진=아시아경제 DB)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예약은 안하시고 오셔도 됩니다"

20일 저녁 서울 을지로의 고급 한우식당. 하루 중 가장 손님이 몰리는 저녁 7시가 넘었지만 손님은 세 테이블 뿐이다.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당일 예약이 불가능한 곳이지만, 최근에는 예약이 필요없는 식당이 됐다. 1인분에 3만6000원이라는 가격 탓인지 1년 가까이 '큰 손'인 기업의 접대손님은 사실상 끊겼다. 이따금 인근 대기업의 단체회식 손님이 몰려오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종업원 K씨는 "작년 이맘때는 예약손님이 한 팀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테이블 반을 못 채울때가 많다"고 우려했다. 인근의 유명 프랜차이즈 일식당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한때 다양한 해초류와 싱싱한 세꼬시로 값비싼 가격에도 한 때는 예약이 어려워졌지만 손님이 급감하며 인근 점포와 합쳐지는 것이다.
이달 29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1년을 맞는다. 청렴사회에 대한 기대와 내수위축 우려가 공존했던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부터 적용대상과 범위를 놓고 대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은 다소 줄었지만, 내수 위축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접대비는 확실히 줄었다. 21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정석윤 교수와 최성진 교수가 펴낸 논물을 보면 상장기업 777개의 분기당 평균접대비 지출은 2억9300만원에서 2억7200만원으로 감소했다. 분기당 접대비 증가를 보고한 기업도 김영란법 시행 전 53%에서 38%로 감소했다. 특히 기업의 접대비 감소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규제가 심한 산업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청탁금지법 시행 전부터 가장 우려했던 농가는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설 농축산물 거래액은 전년 설 대비 25.8%나 감소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우 가격은 15.2%, 사과와 배도 수요 감소로 가격이 12~16% 각각 하락했다. 법인카드 사용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점, 일식점 등에서 카드 사용액이 8% 줄어들었다. 청탁금지법 도입 이후 직장인의 85%, 가구의 90%가 선물이나 식사 접대비가 줄었고,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각각 답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사진=아시아경제 DB)

원본보기 아이콘

그 결과 저성장에 돌입한 내수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 동향'을 통해 "내수 개선 추세가 여전히 견실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소비와 직접 연관된 지표가 부진하다. 7월 도소매업 생산지수는 1.4% 늘었지만 여전히 작년 평균(3%)을 한참 밑돈다. 자영업자 사정을 엿볼 수 있는 음식·숙박업 생산은 7월에 마이너스 4.3%를 기록했다.

정부가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해외 여행객이 많을 것으로 보여 내수 부양 효과는 미지수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은 뚜렷하다. 7월과 8월 사이 현재 생활 형편(95→94), 생활 형편 전망(104→102), 현재 경기 판단(96→93), 향후 경기 전망(109→104) 등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이 모두 하락했다.

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매출은 올해 세 차례나 역성장을 기록했고, 특히 경기 바로미터인 여성캐주얼은 설 연휴가 낀 1월을 제외하고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율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황금연휴 특수 때문에 가려지긴 했지만 스승의 날 대목인 5월 선물세트 판매는 저조했다"면서 "김영란법의 부정적인 영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