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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코고는 소리도 선명…2030주거 위협하는 불법 '방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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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사는 대학생 박모(26)씨는 매일 잠을 설친다. 옆방 세입자의 통화음성, 코고는 소리가 바로 옆에 있는 것 처럼 선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박씨가 거주하는 곳은 이른바 '방 쪼개기'를 통해 만들어진 원룸이다. 박씨는 "월세가 싸 들어왔지만, 이정도로 환경이 안 좋을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인 가구가 많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방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 쪼개기란 등기부등본 상 전유부분을 쪼개 방을 늘려 임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불법으로 개조한 탓에 방마다 층간ㆍ벽간 소음에 노출되고, 소방ㆍ환기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불법 '방쪼개기'를 통해 나뉘어진 5개의 방들이 좁은 복도를 중심으로 벌집처럼 모여있다.

불법 '방쪼개기'를 통해 나뉘어진 5개의 방들이 좁은 복도를 중심으로 벌집처럼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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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단독주택인 박씨의 거주 원룸에는 각 층마다 현관문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복도를 중심으로 5개의 방이 벌집처럼 붙어있다. 박씨는 "음식 배달을 시키면 현관문 뒤에 또 방문이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해 처음 오는 배달원은 몇 번씩 헤맨다"고 전했다.
두 개의 문을 통과해 들어온 5㎡(1.5평)짜리 박씨의 방은 열악했다. 벽은 매우 얇은 칸막이다. 방에 창문은 있지만 옆 건물 외벽과 맞닿아 있어 햇볕은 해질 무렵에만 조금 들어온다. 그럼에도 박씨는 이곳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 박씨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데 화장실이 없는 고시원도 월세가 30만원이 넘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박씨의 방. 방 전체가 얇은 합판으로 이뤄져 있고 창문은 옆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박씨의 방. 방 전체가 얇은 합판으로 이뤄져 있고 창문은 옆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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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공인중개사 김모(58)씨는 방 쪼개기의 원인으로 임대수입과 주차장 문제 두 가지를 지적했다. 김씨는 "과거 하숙집을 운영했던 사람들이 하숙 수요가 없자 방을 쪼개서 원룸임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신축 원룸들은 주차장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단은 적은 세대 수로 준공을 마친 뒤 방을 쪼갠다"고 귀띔했다. '서울시 주차장설치 및 관리조례' 제13조엔 건축물 종류에 따라 시설면적당 주차장 설치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 기준을 어기면 지자체의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한다.

서울시 '불법 방 쪼개기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3~2015년 동안 단속 실적은 모두 492건이었다. 2013년 174건에서 2014년 146건으로 줄었지만 2015년 172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자치구별로는 대학들이 몰려있는 성북구(88건)와 서대문구(87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성동구(57건), 동대문구(42건), 관악구(40건) 순이었다. 각 지자체는 매년 단속을 시행하지만 건물주에게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은 임대수익보다 낮아 사실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집주인들은 과태료를 부과 받아도 별로 신경 안쓴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축법 제80조에 규정된 이행강제금 부과방식을 박씨의 사례에 적용해보니 건물주는 방 한 칸 당 8만원 내외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게 된다. 이마저도 법에 의해 1년에 최대 2회까지만 부과 가능하다.
시도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지해 수시로 자치구에 강조를 하지만 입구에 잠금장치가 있으면 단속 공무원이 불법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건물주에게 손해가 될 수 있도록 이행강제금 부과액을 늘리는 등 법ㆍ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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