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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배터리는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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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 유니스트 교수의 '실감나는' 도전

▲이현욱 교수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유니스트]

▲이현욱 교수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유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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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현대를 정의하는 단어는 많습니다. 그 중 하나로 '배터리 시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배터리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일상생활에서 배터리는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여기에 최근엔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충전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하느냐가 배터리 기술의 핵심입니다.

배터리에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습니다. 이현욱 유니스트(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35)가 주인공입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10명밖에 되지 않는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In Situ TEM) 전문가'로 꼽힙니다. 이 교수는 TEM을 통해 배터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을 실시간으로 관측합니다. TEM은 물질을 원자 수준까지 관찰 가능합니다.
"엑스레이(X-ray)로 환자의 몸을 진단하면 처방이 명확해지는 것처럼 실시간 TEM으로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수명이나 출력, 용량 등의 연구를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차전지 연구에 특화된 유니스트는 최첨단 TEM 장비를 7대 확보하고 이중 1대를 배터리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 교수의 말입니다. 최근 미국화학회지(JACS)에 리튬황전지의 충·방전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이 교수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이 교수는 "배터리 속을 실시간으로 보는 건 중요하다"며 "어디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야 개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리튬황전지는 리튬이온전지의 양극 물질로 황(sulfur)을 이용하는 배터리를 말합니다.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보다 용량이 10배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충·방전할 때 황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거나 전해액에 녹아버리는 데 있습니다. 배터리 수명이 줄어듭니다. 상용화가 어렵습니다.
▲UNIST 이차전지연구센터에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EM).

▲UNIST 이차전지연구센터에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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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논문은 싱가포르 연구팀의 제안에 따른 것입니다. 이 분야 전문가가 많지 않다보니 싱가포르 연구팀이 이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싱가포르 연구팀은 황을 몰리브덴황(MoS₂)으로 코팅한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습니다. 이 물질이 황을 감싸기 때문에 황의 부피팽창이나 녹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물질이 실제 배터리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싱가포르에는 배터리 분야 실시간 TEM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싱가포르에도 TEM이 있는데 원하는 장면을 제대로 잡아낼 전문가가 없다"며 "새로운 물질을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충·방전할 때 부피팽창 정도와 리튬이온의 확산 속도에 따라 달라진 부피팽창을 파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TEM은 물질에 전자빔을 통과시켜 내부를 관찰하는 장비입니다.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가 이 장비로 배터리 내부를 보려는 시도는 2010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카이스트(KAIST) 박사과정 연구원이었던 이 교수는 우연히 TEM과 인연을 맺었다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교수는 "TEM은 10억원을 훌쩍 넘기는 비싼 장비라 미국에서도 국가연구소와 일부 대학에만 있다"며 "KAIST에서 TEM을 다뤄봤던 경험이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할 때까지 자연스레 이어졌고 지금은 '실시간 TEM'이 특기"라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배터리는 나의 운명이었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그는 "한 살 때 손에 배터리를 쥐고 찍은 사진이 있더라"며 "배터리가 운명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웃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배터리 물질 개발은 물론 실시간 TEM을 계속 연구해 세상에 밀알이 되는 연구자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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