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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연서복' - 연애에 서툰 복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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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의 한장면.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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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뮬레이션을 했을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용기를 내어 후배 A양에게 데이트 신청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시간째 그녀는 말이 없다. 뺨을 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멍해진다. 정신을 가다듬고 5분간 '두뇌 풀가동'을 한 다음에야 비로소 "ㅎ 농담이야"라는 마음에도 없는 후속 문자를 보낸다. 군 제대 후 화려한 연애를 꿈꿨던 대한민국의 젊은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상황이다.

'연서복', 연애에 서툰 복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군 제대 후 대학 캠퍼스로 돌아온 이들을 의미한다. 신조어라고 하면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연서복은 (징병제가 도입된) 수 십 년 전부터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들이라 하겠다.
잠시나마 사회와 단절돼 생활한 사람들은 안다. 컴컴한 풀숲에서 보초를 설 때, 땀이 비오듯 흐르는 진지구축 현장에서 모래주머니를 나를 때 머릿속에선 바깥 세계에 대한 환상이 점점 커진다. 이성에 대한 그리움은 오죽하랴. 한 친구는 강원도 오지에서 군생활을 할 적에 이런 편지를 쓴 적도 있다. "휴가 나올 때 꼬부랑 할머니를 봐도 반할 것 같다."

이렇듯 터져 나오는 리비도를 꾹꾹 누르며 군 생활을 마친 이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마음속에 고이 길러온 그녀에 대한 순정을 확인하려는 순간 되돌아 오는 건 서툰 사랑꾼에게 보내는 주변인들의 조소 뿐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서툰 고백이, 어색한 유혹의 기술이, 혹여 입소문이 빠른 후배들의 뒷담화 소재가 되진 않을까 하여 우리 연서복들은 전전긍긍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는 군대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만약 그리 되면 복학생 아저씨들이 다시 군대 밖 세상과 마주쳤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괴리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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