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신체언어를 통해 인간사회의 모순됨을 풍자한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열린 ‘무용수들’ 전은 내달 13일까지 계속된다. 서평주, 안정주, 옥인 콜렉티브(Okin Collective)를 비롯한 한국 작가(팀)들과 할릴 알틴데레(터키), 이고르 그루비치(크로아티아), 요아킴 코에스터(덴마크), 줄리안 뢰더(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의 영상과 사진 10 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조선령 예술대학 예술문화영상학과 조교수는 “춤, 무용 등 어떤 제도화된 장르를 뜻하기보다 인간의 ‘제스처’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선거운동, 시위·폭동 등이 대개 몸짓으로 이뤄지는데 사건의 내용보다 그 형식(몸짓)에 주목해 영상 작품으로 변용했다. 전시장의 맥락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를 탐구한다”고 했다.
옥인 콜렉티브, 작전명 -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 Operation - For Something Black and Hot, 2012, HD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8분 30초(오리지널 퍼포먼스 2011)
원본보기 아이콘옥인 콜렉티브 이정민 작가는 “처음에 라이브 퍼포먼스로 제작돼 관객들과 함께한 것을 이후 홈비디오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제작 당시인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의 재난상황 대처는 어떠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각처의 재난대응 매뉴얼을 조사했다. 그 결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작업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 동작들을 모아 이상한 기체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서평주 작가도 사회 부조리를 풍자해왔다. 출품작 ‘새천년 생명체조(2012)’는 고리 원전을 배경으로 핵폭발시 대처요령에 맞게 체조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사실 핵폭발과 같은 대규모 재난 앞에서 소용없는 일이지만 실제 군대에서도 이 같은 교육을 실시한다. 영상은 우스꽝스러운 대처방식에 대한 냉소와 함께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발한다. 마치 아침방송에 나올법한 요가처럼 한가로운 몸짓은 원전재난이라는 극단적 상황과 대비되어 역설적 효과를 낸다.
안정주 작가의 ‘트롤(2012)’은 선서유세단의 춤을 다룬 작품으로 신체 제스처들이 서로 역설적이고 기묘한 효과를 준다.
안 작가는 “2007년 대선 당시 모습을 촬영했다. 컬러풀한 옷을 입고 춤을 춘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작의 키치(Kitsch)함이 눈에 들어왔다. ‘트롤’은 돌림노래 또는 애니메이션 속 ‘괴물’ 캐릭터를 상징한다. ‘미끼낚시’를 지칭하기도 한다. 4~5년 만에 찾아오는 선거유세는 단기간에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로 욕망을 몸짓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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