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카니 긴축 시사에 놀란 투자자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과 유럽 중앙은행 수장들이 간만에 시장과 소통을 나선 것이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키면서 외환·채권 시장이 출렁였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여전히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다른 중앙은행들의 갑작스런 정책변화 가능성에 시장 참가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유로존 (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회복세와 물가상승세를 언급하며 ECB의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분간 통화완화를 이어가겠지만 경제 변화에 따른 통화정책의 점진적 조정 가능성에 대해 시사했다.
급기야 ECB는 하루만에 진화에 나섰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28일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ECB의 현 완화정책과 어긋난 점이 없다"면서 "물가 목표 달성에 근접할 때까지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유로와 국채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다.
이에 대해 시장의 과민반응, 출구전략에 대한 ECB의 애매한 입장, 적절한 시기의 소통 부족과 같은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시장의 과도한 해석을 문제 삼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ECB의 그간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니 총재가 전임 총재들과 달리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BOE 소수 의견에 동참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날 발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BOE는 지난 15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5대 3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카니 총재의 발언 이후 이번에는 영국 파운드 가치가 급등했다. 파운드는 1.2% 넘게 상승하며 파운드당 1.2972달러까지 상승했고 통화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한 영국 2년물 국채 금리는 0.329%로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알란 루스킨 도이체방크 외환 전략가는 "순응적 통화정책을 펼쳤던 중앙은행들이 뒤늦게 방향을 바꿀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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