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슬람 금융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내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2017년 기준 이슬람금융국가지수(IFCI)에서 말레이시아는 총점 79.25를 획득,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킬 만큼 이슬람 금융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입각한 금융 시스템으로 금융거래에서 이자 및 이자로 판단되는 모든 종류의 추가적 이익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기업 지분 등을 담보로 하는 투기 행위가 불가능하고 도박, 마약, 술 등을 다루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대신 파트너십 형태로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허용된다. 대표적인 이슬람 금융상품인 수쿠크는 이슬람 채권으로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채권 소유로 발생하는 이득을 지분에 맞춰 부동산 등으로 지급한다.
말레이시아가 본격적으로 이슬람 금융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된 계기도 2001년 중동에서 이 수쿠크 채권을 처음 발행하면서부터다. 2016년 기준 말레이시아는 총 347억달러의 수쿠크 채권을 발행해 전 세계 수쿠크 발행시장의 46.4%를 차지하면서, 수쿠크 발행 1위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쿠크 채권 최대 발행 국가인 만큼 관련 기준 제정에도 적극적이다. 2015년 8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수쿠크의 한 유형인 무라바하(Murabahah)에 대한 '샤리아 교육지침(Educator's Manual)'과 '실질운영기준(Practical Operational Standards)'을 제정해 발표했다. 금융회사가 고객 대신 주택이나 차량, 가전제품 등을 구입한 뒤에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임대를 하는 임대방식 채권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슬람 금융을 바탕으로 한 말레이시아계 민간 금융사도 눈부신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15년 기준 165개의 이슬람 은행과 11개 이슬람 보험사가 영업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금융사는 투자은행(IB)인 CIMB그룹으로, 전 세계 17개국에 1062개 지점과 4만명을 웃도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CIMB그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집중된 전 세계 영업망을 통해 1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 중이다. 2007년 인도네시아의 니아가은행(Bank Niaga)과 리포은행(Lippo Bank), 타이은행(Bank Thai) 등을 차례대로 인수하면서 역내에서도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에도 진출했으며 글로벌 수쿠크시장에서 54억달러 발행하면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이슬람 금융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내 최대 수쿠크 발행은행인 메이뱅크와 RHB은행도 이슬람금융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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