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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화재 "바나나 껍질처럼 외벽 벗겨져…예고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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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렌펠 타워 아파트 참사로 12명 사망
부상자 75명 중 18명 중태…실종자 생존 가능성 희박해 사망자 늘듯
가족·친구 찾는 사연 SNS 쇄도…기금 모금 등 온정 손길도 이어져
주민들, 관리사와 당국에 값싼 자재 등 안전성 문제제기했지만 '무대응'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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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영국 런던 서부의 24층 아파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12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가운데 실종자와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이번 사고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잇단 테러에 뚫린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스튜어트 쿤디 런던경찰청 국장은 "현 시점에서 12명이 사망했음을 확인했지만 복잡한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 같다"며 "실종자가 수 명 있는데 불행히도 추가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런던 소방당국은 부상자 75명이 6개의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18명은 중태라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그렌펠 타워'는 120가구가 입주해 있으며 600여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주민 다수가 불길 속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은 일부 주민들이 절규하면서 창문을 통해 자신의 아이들을 던지거나 침대보로 끈을 만들어 탈출하는 등 현장이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했다.

실종된 가족을 찾는 주민들의 애타는 사연도 줄을 잇고 있다. BBC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수잔은 화재 당시 집에 있던 아이들 3명의 행방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실종된 가족과 이웃, 친구들을 찾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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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로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고 충격에 빠진 주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저스트기빙(JustGiving)'에서 진행되고 있는 런던 화재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에는 현재까지 1만500명가량이 참여해 목표액 40만파운드(약 5억7000만원)의 70%인 28만파운드(약 4억원)가 모였다.
첼시 지역에 있는 스포츠센터나 기업들은 주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고 영국 전역에서 구호물품이 전달되고 있다. 화재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고 개인들도 갈 곳 없는 주민들에게 자신의 집을 제공하겠다며 온정을 보태고 있다.

그렌펠 타워 주민들은 이번 화재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따른 예고된 재앙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74년 지어진 공공임대 아파트인 이 곳은 지난해까지 5년동안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외벽에 사용된 값싼 알루미늄 합성 피복이 화마를 키워 2층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게 됐다고 보고 있다. 화재 현장을 지켜봤던 건축가 조지 클라크는 "건물 외벽과 단열재가 마치 바나나 껍질을 벗겨 내듯이 떨어져 나갔다"며 "가장 큰 문제는 외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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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단체인 '그렌펠 액션그룹'도 이같은 위험성을 인지해 사전에 관리업체와 당국에 여러차례 항의했지만 별도의 초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아파트를 소유한 켄싱턴·첼시 자치구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회사 KCTMO가 '불이 나면 집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전 수칙을 전달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과 당국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또 아파트 내부에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대피와 구조가 더 지연됐다고 성토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아파트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과 부실 관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화재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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