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가루 날리는 길거리 식당에서
호쇼르와 부즈를 놓고 망설이는데
시끄럽게 왕파리가 날아다녔다.
부즈는 어떠냐고, 금방 나왔다고
청년이 수줍게 말했다.
낯익었다.
꼭대기까지 다 올라가 보던 소년,
영하 35도, 맨홀 속으로 들어가
온수 파이프 옆에 쪼그리고 앉아
마른 빵을 잘라 먹던 소년,
한국에 가고 싶다고 언제 돌아가냐고 묻던 소년,
맨홀 뚜껑을 쾅 하고 닫던 떠돌이 소년,
몽골을 떠난 뒤에도 꿈속까지 흔들던 그 울림.
나는 통역한테 저 청년 여기 사람이냐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말 잘해요, 직접 얘기해 보세요' 하고 통역은 자리를 피했다. 청년은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차가 지날 때마다 흙먼지가 창을 뿌옇게 덮었다. 보기만 해도 목이 메었다. 옛 기억을 다 덮어 버린 것일까?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서둘러 어두워진 시간을 빠져나왔다. 황야, 지평선이 머리 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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