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재개장과 구조조정 병행 추진"
2008년 진출 이후 적자 확대로 롯데 형제의난 단초 제공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김현정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롯데마트 일부 점포 매각에 나선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실적 악화다. 중국 진출 10년째인 롯데마트는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으로 현지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기 이전에도 연간 수천 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국내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줬다. 2015년 시작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역시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중국 사업의 실적 악화가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29일 롯데쇼핑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롯데마트 112곳(슈퍼 13개 포함)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260억원으로 전년 동기(3350억원) 대비 23.7% 줄었다. 환율 효과까지 더한 매출 감소는 -32.6%에 달한다. 중국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75개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한 데다 12개 매장이 자체 임시휴업에 들어간 탓이다. 롯데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마트 대책으로 "재개장(Re-Open)과 구조조정 병행 추진"을 명시했다. 소방개선조치를 통한 영업정상화에 주력하는 한편 경영효율화와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 사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마트 중국 매출은 1조1290억원으로 전년(1조3310억원)보다 15.2%나 감소했다.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2013년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장 진출 10년이 지났지만 안착하지 못한 채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손실이 2013년 830억원에서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 지난해 1240억원 등 4년간 누적손실이 4960억원에 이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석달 이상 이어지면서 롯데마트 손실은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 사드 보복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계산한 손실 규모는 총 5000억원이다. 이 중 롯데마트 손실은 2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중국사업에 3800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했다. 사드 보복으로 악화일로로 치달았지만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적자점포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경영효율화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 사업은 포기하지 않지만 적자점포를 털어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부담을 덜게된 점도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에 대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은 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 급성장했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매출은 6.5% 증가한 2640억원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점포 수는 45개에 불과하지만 사드 보복에 따른 영업정지 영향으로 중국 매출을 뛰어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중국 할인점 사업이 계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악성 적자 점포를 계속 정리해 왔다"면서 "중국 롯데마트는 이미 상권이 형성돼 영업을 중단될 경우 중국도 손해가 큰 만큼 한국 유통기업의 노하우가 집약된 롯데마트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롯데쇼핑 사업회사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중국 사업의 축소를 통해 수익성이 중장기적으로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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