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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정권, 두 사람의 정치적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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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딩과 레이건...무능력, 통제불가 사생활 논란의 대통령과 실수를 기회로 만회한 대통령


얼굴만 대통령감이었던 워런 G. 하딩과 잘생긴 얼굴을 무기로 강경정책과 이미지 정치를 펼친 로널드 레이건은 '미남', '대통령' 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판이한 삶을 산 극과 극의 정치인이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얼굴만 대통령감이었던 워런 G. 하딩과 잘생긴 얼굴을 무기로 강경정책과 이미지 정치를 펼친 로널드 레이건은 '미남', '대통령' 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판이한 삶을 산 극과 극의 정치인이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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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준수한 외모를 두고 ‘청와대F4’, '얼굴패권주의'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연일 화제가 됐다.

트럼프 당선 후 다소 빛이 바랜(?) 느낌이지만, 미국에도 잘생겨서 대통령이 된 유명한 이들이 다수 있었다. 라디오토론에서 TV토론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케네디는 노련함으로 무장한 닉슨을 상대로 젊음을 무기로 스마트한 이미지를 어필해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대표적 사례. 이런 케네디를 전후해 등장한 미국 역사상 ‘미남’ 대통령 두 사람은 그야말로 얼굴이 무기였던 사람들이었지만 그 업적과 말로는 판이해 오늘까지도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 왼쪽은 젊은 시절의 하딩, 오른쪽은 대통령 당선 후 하딩의 모습으로 조각상처럼 균형잡힌 이목구비와 짙은 눈썹은 요즘의 관점으로 봐도 미남에 속하는 얼굴로 당시 여성에게 처음 선거권이 주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하딩의 압승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사진 왼쪽은 젊은 시절의 하딩, 오른쪽은 대통령 당선 후 하딩의 모습으로 조각상처럼 균형잡힌 이목구비와 짙은 눈썹은 요즘의 관점으로 봐도 미남에 속하는 얼굴로 당시 여성에게 처음 선거권이 주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하딩의 압승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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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미남, 여성 유권자의 첫 표를 빼앗다

1919년 9월 민족자결주의로 잘 알려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콜로라도 방문 중 뇌경색 발병으로 일주일 만에 반신불수 환자가 되면서 아내가 직무대행을 맡자 야당인 공화당은 착실하게 대선준비에 나서 승기를 먼저 휘어잡고 있었다.

문제는 당내 경선에서 각 파벌이 열성적으로 나선 탓에 후보가 결정되지 못한 것. 논란 끝에 후보에 지명된 워런 G. 하딩은 얼굴이 ‘대통령감’인데다 사교적 성격에 정적이 없어 적임자라는 이유로 출마해 득표율 60%의 기록을 달성하며 미국의 2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해 수정헌법 적용으로 미전역의 여성이 투표권을 얻어 처음으로 참여한 선거에서 ‘미남’후보의 압도적인 득표는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하딩은 음주와 도박에 남다른 취미가 있었는데, 특히 포커게임은 그가 상원의원 시절 부터 즐겨한 게임으로 대통령 당선 이후엔 백악관에서 수시로 친구들을 불러모아 술과 포커게임을 즐겼다. 배팅금액도 상당했는데, 사진은 그가 오하이오 상원의원으로 지낼 당시 그의 지하 금고에서 밤샘 포커에서 딴 돈을 깔고 앉아 기념촬영한 것으로 그의 남다른 포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Marion anthrax

하딩은 음주와 도박에 남다른 취미가 있었는데, 특히 포커게임은 그가 상원의원 시절 부터 즐겨한 게임으로 대통령 당선 이후엔 백악관에서 수시로 친구들을 불러모아 술과 포커게임을 즐겼다. 배팅금액도 상당했는데, 사진은 그가 오하이오 상원의원으로 지낼 당시 그의 지하 금고에서 밤샘 포커에서 딴 돈을 깔고 앉아 기념촬영한 것으로 그의 남다른 포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Marion anthr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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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지만 무능한 대통령, 그리고 나쁜 친구들

‘대통령감’이었던 외모와는 정반대로 하딩은 무능력한 대통령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부패한 친구들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국가 소유의 기간산업 부지를 몰래 민간기업에 팔아치워 ‘오하이오 갱’이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하딩은 친구들을 전혀 제재하지 않았다.

여당이 직접 나서 제정한 금주법이 서슬 퍼런 시대였지만 하딩은 소문난 주당이었고, 친구들을 백악관에 불러다 수시로 밀주를 마시며 포커판을 벌였는가 하면 부인 몰래 백악관에서 외도를 저지르다 발각되자 태연하게 경호원을 핑계로 빠져나가는 뻔뻔함의 소유자였다.

오죽했으면 스스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대통령 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며, 이 직책을 맡지 않았어야 합니다.” 라고 고백했을 정도. 그는 유럽 정세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회피했을 만큼 직무에 대한 이해와 국제정세에 대한 감각 자체가 없는 인물이었다. 재임 2년 3개월 만에 여행 중 심장마비로 그가 사망했다는 기록에 후대의 사가들은 ‘빨리 죽은 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 결국, 사후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 앙케트 조사 때마다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배우 활동 당시 영화 속 레이건의 모습들로 선굵은 이목구비와 깊은 눈동자가 인상깊던 그는 영화 <카사블랑카>에 험프리 보가트 대신 출연할 뻔 했으나 아쉽게 불발되며 이후 배우로는 인상깊은 필모그래피를 쌓지 못했다.

사진은 배우 활동 당시 영화 속 레이건의 모습들로 선굵은 이목구비와 깊은 눈동자가 인상깊던 그는 영화 <카사블랑카>에 험프리 보가트 대신 출연할 뻔 했으나 아쉽게 불발되며 이후 배우로는 인상깊은 필모그래피를 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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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배우, 대통령이 되다

불명예의 주인공이 된 하딩과 달리 ‘미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 1위를 기록한 호감형 인물은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다. 슈퍼스타까진 아니었지만 빼어난 외모로 할리우드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두루 거치며 활동하던 배우 레이건은 작품 활동보다는 FBI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영화배우협회장을 맡으며 정계 진출에 야심을 보였다.

검증된 외모와 유머러스한 화법, 과감한 정책 등을 내세워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성공적인 임기를 보낸 그는 대통령 경선 패배를 딛고 다음 대선에 재도전해 지미 카터를 누르고 미국의 4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6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TV 토론에서 보여준 여유와 재치는 그의 나이를 연륜과 자신감으로 탈바꿈시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소련을 상대로한 강경한 군사정책을 펼쳤던 레이건은 사실상 동구권 붕괴가 현실화 되자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의 공식적인 종식을 선언했다. 사진 = history.com

소련을 상대로한 강경한 군사정책을 펼쳤던 레이건은 사실상 동구권 붕괴가 현실화 되자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의 공식적인 종식을 선언했다. 사진 = h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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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거노믹스와 보수 강경 정책

레이건이 펼친 경제정책을 뜻하는 ‘레이거노믹스’는 정부의 지출과 규제는 축소하면서 세금을 낮추고 화폐 공급량을 조절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는데, 이는 앞서 10년간 미국경제가 실업률 증가와 인플레이션의 위기를 맞고 있는 데서 나온 정책으로 그의 재임 기간에 평균 GDP를 22.4%로 올려놓으며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소련에 대한 미사일 디펜스로 강경책을 펼쳤는데, 냉전체제가 종식되자 레바논 파병, 리비아 폭격, 그레나다 침공 등 제3국에 위협적 지원을 이어나가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1987년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냉전 종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책과 업적에 대한 공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지만, 레이건은 자신의 실수조차 개그로 만회할 만큼의 인간미가 돋보이는 대통령이었다. 1981년 정신병자의 총격에 죽음의 위기를 맞은 순간에도 간호사에게 “내 아내의 허락은 받고 내 몸에 손대는 건가?”라고 묻는 재치를 발휘했는가 하면, 국무회의 중에 자주 조는 자신을 두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날 깨워도 좋습니다. 국무회의 중이라도 얼른 나를 깨우세요.”라고 말해 실수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이런 레이건의 화술과 잘생긴 외모는 그의 업적과 별개로 그를 위대한 대통령 1위로 기억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잘 생긴 게 콤플렉스라고 해서 대다수의 대한민국 남성들을 디스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공식 논평은 참모진 외모에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에 대한 시샘으로 느껴질 만큼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정치인의 잘생긴 외모가 그의 활동을 돕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순 있지만, 전부가 될 순 없다. 심리학 용어 ‘워런 하딩의 오류’는 사람의 외모와 감성만을 보고 판단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이르는 말로 남아있다. 정부 출범 초기의 허니문 콩깍지가 정책에 대한 합리적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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